침체에 빠진 미 LPGA투어를 구원할 구세주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16세의 골프 천재 알렉시스 톰슨(미국)이다. 톰슨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 주 프래트빌 RTJ 골프트레일(파72·6607야드)에서 열린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해 LPGA 61년 역사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1995년생인 톰슨은 우승 일을 기준으로 만 16세 7개월 8일이다. 종전 최연소 우승은 1952년 사라소타 오픈에서 마를린 바우어가 기록한 18세 14일이다.
LPGA투어는 들뜬 분위기다. 2000년대 중후반 경제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LPGA 투어는 대회 수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미국 선수들의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고육지책으로 미셸 위를 스타로 만들려 애썼지만 성적이 받쳐주지 못했다. 적어도 1년에 2∼3승씩 휩쓸어 분위기를 주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톰슨은 시름에 빠진 LPGA투어가 기다려온 준비된 스타다.
● 훤칠한 외모에 장타력 겸비
미셸 위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눈에 띄는 외모와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300야드 가까운 장타를 날린다는 점 때문이었다. 톰슨 역시 만만치 않다.
톰슨은 키가 180cm나 되고 드라이브 샷도 거의 300야드 가까이 날린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76.63야드나 된다. 스타 자질은 충분하다.
성적도 꾸준했다. 지난해 6월 프로 전향을 선언한 후 작년 US여자오픈에서 공동 10위에 올랐고,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아직 18세가 되지 않아 LPGA 비회원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정회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규정대로라면 올해 퀄리파잉스쿨(Q스쿨)에 응시할 수 없지만 특별 케이스로 Q스쿨에 출전시켰다. 1차 예선은 통과한 상태여서 2,3차 예선만 통과하면 된다.
만약 톰슨이 Q스쿨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LPGA투어가 오랜만에 탄생한 스타를 그냥 놓아둘 리 없다. 스폰서 초청으로 최소 6개 대회에 나설 수 있다. LPGA 투어는 미셸 위가 프로로 전향했을 때도 줄기차게 초대장을 보내 그를 프로 무대에 뛰게 했다.
● 한국선수 위협할 차세대 지존
톰슨은 스타가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
가장 먼저 든든한 후원자다. 한국 여자골퍼들의 뒤에 든든한 후원자 ‘골프대디’가 있었듯이 톰슨의 우승 뒤에도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아버지 스콧 톰슨은 이번 대회에 캐디로 나섰다. 우리 10대 선수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도 좋다. 큰 오빠인 니콜라스는 2006년 미 PGA 투어 회원이 됐고, 올해 네이션 와이드 투어(2부투어)에서 뛰고 있다. 둘째 오빠인 컬티스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골프팀 소속이다. 골프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톰슨은 가장 좋은 환경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그가 정회원이 되어서도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느냐다. 현재 투어를 주름잡고 있는 청야니, 최나연, 신지애 등을 뛰어 넘어야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다.
단지 멀리만 때리는 선수는 눈요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톰슨이 우승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한국 낭자들에게도 분명 위협적인 존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