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장영석(21)의 불펜피칭을 지켜보던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장영석이 ‘대형 3루수’에서 ‘10승 투수’로 꿈을 바꾼 지, 보름째 되던 시점이었다.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에이스였다고 하지만, 3년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일정한 타점에서 공을 때렸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들도 수준급이었다.
신중한 성격의 김시진 감독은 “많은 투구수를 이겨낼 수 있는 근력을 갖춰야 진짜 투수”라고 말을 아낀 뒤, 올스타브레이크 직전 장영석을 2군으로 보냈다. 그리고 2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마침내 장영석은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6월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지 91일만의 복귀다. ○강진의 바닷바람 맞으며 달려온 두 달
장영석의 투수전향을 둘러싼 찬반은 사실 구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본인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었다. 연락두절 상태로 ‘잠수’를 타기도 하고. ‘순둥이 아들’이 부모님과 생애 처음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장영석은 자신의 선택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기간. 장영석은 정규훈련을 마친 뒤에도 숙소 근처 주차장에서 배트를 돌렸다. 반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배트 대신 야구공을 들었다는 것뿐이었다. 장영석은 “솔직히 ‘괜히 전향했나?’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된 러닝을 할 때”라며 웃었다. 야수 시절보다 늘어난 러닝에 온 몸은 녹초가 됐지만 이를 물고 강진의 바닷바람을 갈랐다. 정명원 넥센 2군 투수코치는 “워낙 성실성은 인정받는 선수다. 야간훈련까지 착실하게 소화했다”고 밝혔다.
○142km 평균구속 유지하는 게 장점
9월3일 롯데와의 2군 경기에서 처음으로 실전무대에 선 장영석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자신감이 붙었다. 15일 강진 KIA전에서는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4안타 4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투수전향을 결심한 지 석 달 만에 일군 성과였다.
정명원 코치는 “최고구속은 145km까지 나오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균구속이다. 장영석은 야수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평균구속을 142km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 이제 변화구 레퍼토리도 제법 갖췄다. 김시진 감독은 “조만간 부담 없는 상황에서 불펜투수로 시험해보겠다”고 했다. 장영석은 “투수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 시뮬레이션 게임 도중 직선타구에 몸을 맞은 뒤로 무섭기도 하더라”며 웃은 뒤, “내년에는 선발에 진입해 10승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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