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결정구로 꼽히는 이 공은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42)가 던지는 컷패스트볼, 일명 커터다.
리베라의 커터 비율은 90% 가까이 된다. 바로 이 커터 하나로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소방수가 됐다. 20일 열린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6-4로 앞선 9회 등판한 그는 세 타자를 범타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시즌 43세이브이자 통산 602세이브로 이 부문 최고기록을 갖고 있던 트레버 호프먼(601세이브)을 넘어섰다.
○ 150km대 변형 직구
컷패스트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커터는 일종의 변형 직구다. 직구처럼 빠른 공이지만 슬라이더처럼 타자 앞에서 날카롭게 꺾인다. 투수에 따라 공을 잡는 방법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슬라이더 그립으로 직구처럼 강하게 던진다.
리베라의 커터가 특별한 것은 무시무시한 스피드 때문이다. 리베라는 보통 투수들이 직구로도 던지기 어려운 시속 150km대 초반의 커터를 쉽게 던진다. 제구력도 뛰어나다. 타자의 눈에는 직구처럼 보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힘들다. 잘 쳤다고 생각해도 땅볼이 되기 일쑤다.
리베라의 커터는 왼손 타자들의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공으로도 유명하다. 오른손 투수의 커터는 왼쪽 타자 몸쪽으로 꺾이기 때문에 방망이 안쪽에 맞기 쉽다. 1999년 애틀랜타와의 월드시리즈에서는 라이언 클레스코의 타석 때 3번이나 방망이를 부러뜨린 적도 있다.
리베라는 커터를 주무기로 전문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1997년 이후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30세이브 이상을 따냈다. 올해를 포함해 40세이브 이상을 달성한 것도 8번이나 된다. 큰 경기에 유난히 강해 통산 포스트시즌 세이브(42개)와 평균자책(0.71)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 한국 투수 중엔 없다
한국 프로야구에 커터를 던지는 선수가 있을까. LG의 주키치, 롯데의 사도스키와 부첵, 한화의 바티스타 등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서는 커터를 던지는 선수가 많다.
그렇지만 순수 한국 투수 중에서는 커터볼러를 찾기 힘들다. 익히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커터가 아직 국내에선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구단의 전력분석원은 “커터가 위력적인 구종이긴 하지만 이전에 던진 선수가 없다 보니 보급이 느린 편이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이 던지기 시작하면서 익히려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손승락(넥센), 송은범(SK), 김선우(두산) 등이 커터와 비슷한 움직임의 슬라이더나 투심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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