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 박사, 손연재에 혀내두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1일 20시 54분


"손연재보다 강한 정신력을 지닌 10대 선수를 보지 못했다."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손연재(17·세종고)를 만난 스포츠심리학자 조수경 박사는 혀를 내둘렀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손연재의 모습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국제통화에서 "독기, 근성, 승부욕 등 정신적인 면에서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평소보다 대회 기간이 두 배 긴 세계선수권에서 요구되는 '회복 탄력성(전 시합을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능력)'이 특히 좋아졌다"고 밝혔다.

조수경 박사는 박태환(22·단국대), 유소연(21·한화) 등 스포츠 스타들의 멘탈 코치로 유명하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단체전 4위에 그친 뒤 눈물을 흘린 손연재를 다독여 개인전 사상 첫 동메달 수확을 도왔다. 주로 유럽에 머물며 올 시즌을 보낸 손연재는 영상 통화로 조 박사와 심리 상담을 해왔다. 조 박사는 "손연재는 한 시즌 동안 거의 러시아에서 혼자 지냈다. 외로운 생활을 감내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연재는 부쩍 어른스러워졌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세계선수권 전초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 월드컵에서 생애 첫 톱10에 이름을 올린 뒤에도 "톱10은 숫자일 뿐이다. 중요한 게 아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잘해야 진짜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오랜 꿈이던 톱 10을 이룬 뒤에 한 인터뷰 치고는 무척 차분한 태도였다. 조 박사는 "심리학에서 결과에 집착할수록 결과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음 과정에 집중하게 하는 전환 능력이 좋아진 결과다"고 설명했다.

손연재의 정신적 성장은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종목별로 25점과 26점을 오갔지만 최초로 전 종목 27점대를 기록하는 등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21일 현재 후프 13위(26.725점), 볼 14위(26.550)에 올라 15위까지 주어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유력하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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