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종합병원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문을 들어서자 유난히 높은 천장의 로비, 엘리베이터, 문들이 눈에 띈다. 마치 거인 나라의 상류층이 사는 최첨단 주상복합건물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곳은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민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스포츠 복합 선수촌인 삼성 트레이닝센터다.
○미니 태릉 선수촌
삼성 그룹 스포츠단 소속의 한 선수(왼쪽)가 STC의 훈련장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용인=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STC는 삼성그룹 스포츠단 실내 종목 선수들의 보금자리다. 훈련, 숙식, 의료, 재활, 여가 등 선수 생활의 모든 것이 한곳에서 이뤄진다. 축구(수원 삼성), 야구(삼성 라이온즈) 선수들도 재활 시에는 STC를 이용한다.
2만2310m²(약 6749평)에 지상 7층(지하 2층) 규모의 숙소동, 체육관 2개동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2007년 8월 문을 열었고 현재 농구 배구 레슬링 탁구 태권도 등 6개 종목 130여 명이 머물고 있다. 프런트 지원운영 인력만 80여 명이나 된다.
STC 안병철 센터장(스포츠의학박사)은 “STC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기업 스포츠 선수촌이다”며 “STC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진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원 스톱 서비스
STC의 최대 장점은 훈련, 숙식, 의료, 재활이 한 곳에서 가능하다는 점이다. STC에서 만난 삼성 스포츠단 선수들은 “STC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잡생각들이 없어진다.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고 입을 모았다.
STC의 동선도 철저히 선수 중심으로 그려졌다. 각 건물 1층에는 재활훈련실과 체력단련실이 24시간 개방돼 있다. ‘자다가도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STC 측의 설명이다. 지하 식당에서는 체중관리 특별식, 재활식 등 과학적 식단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지하에는 수영장과 사우나까지 마련돼 있다. 선수단 숙소가 자리한 2∼7층에는 각 구단 사무실과 미팅룸, 물리치료실이 있어 구단별 집중도를 높였다.
○재활 및 사후관리 탁월
STC 원스톱 시스템은 부상 선수 관리에서 그 장점이 극대화된다. 부상 진단과 재활훈련을 받기 위해 STC 밖에 나갈 필요가 거의 없다. 재활 중인 혼혈 여자농구 선수 안드레아 켈리(삼성생명)는 “수술 후 2∼3일을 제외하면 줄곧 STC에 머물렀다”며 “부상 선수에게 병원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무척 스트레스다. 하지만 STC에서는 집과 병원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숙소동 지하에 위치한 STC의 수영장, 수치료실은 타 구단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안 센터장은 “선수 생활 내내 안 다치고 운동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STC 같은 복합 시설이 필요한 이유다”며 “STC 개관 전에는 수영장 한 개 레인을 빌려 재활을 했다. 이제는 번거로움 없이 숙소동 안에서 수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런 STC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센터장직을 일반 경영인이나 스포츠인 출신이 아닌 스포츠의학박사에게 맡겼다.
○막내들의 천국
STC는 세계 스포츠마케팅계의 주목도 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내 스포츠마케팅 석사과정 학생들은 STC를 2년 연속 방문했다. 외국 팀들의 전지훈련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올해도 덴소, 샹송화장품 등 일본 여자실업농구리그(WJBL) 8개 팀 중 4개 팀과 대만 국가대표팀이 STC를 방문해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과 합동 훈련을 펼쳤다.
STC가 설계 당시부터 막내들을 배려한 사실도 이색적이다. 스포츠단 내의 엄격한 군기 탓에 막내들은 빨래나 잔심부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은 세탁물 수거부터 배달, 방 청소 등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 루키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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