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글로벌 수준 골퍼들 후원… 한국 금융계 세계 속 이미지 UP↑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그들은 마치 골프장에서 열띤 대리전이라도 치르는 듯하다. 최근 국내 대형 은행들이 일제히 골프 마케팅에 뛰어들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골프 간판스타들을 후원 선수로 영입하는가 하면 대회 개최, 우수 고객 초청 행사 등 이벤트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골프가 회사 이미지 제고에 잘 맞아떨어지며 큰손 고객 유치와 관리에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금융 그룹을 지향하면서 세계 정상급 수준인 한국 남녀골프를 앞세워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은행 측에서 골프 마케팅 관련 비용은 연간 10억 원 정도여서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달리 적게 쓰고도 충분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본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KB금융그룹은 3월 여자프로골퍼 한희원, 양희영, 정재은과 후원 계약을 한 뒤 4월에는 ‘바람의 아들’ 양용은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성사시켰다. 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은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에 전념해 전 세계에 한국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는 데 보탬이 되고자 후원하게 됐다. 스포츠 외교를 통해 국위를 선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7월 김해 정산CC에서 열린 한일 남자프로골프국가대항전 밀리언야드컵을 후원했다. 이 대회에서 후원 선수인 양용은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이 우승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후문이다. KB금융그룹은 여자아마추어선수권을 후원해 유망주 발굴에도 공을 들였다.

하나금융그룹은 10월 7일부터 사흘간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하나금융그룹은 2005년 한국오픈 후원을 시작으로 골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07년과 2008년 하나은행 베트남 마스터스 대회를 개최해 동남아 시장 개척의 발판으로 삼았다. 선수 후원에도 나서 미국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인경 박희영과 계약한 데 이어 이미림 등도 후원하고 있다.

하나은행 골프 마케팅을 맡고 있는 박상혁 차장은 “골프 후원은 그룹의 나눔 문화와 연관이 있다. 소속 선수들이 사랑의 버디라는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어린이 골프 교실’, 레슨 서적 발간 등 골프와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이색 활동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국내 메이저 골프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을 29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개최한다. 이 대회는 초창기부터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의 유명 골퍼들이 출전해 골프 보급과 갤러리 관전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07년부터 유망주 김경태와 강성훈을 후원해 오고 있다. 재일교포 사회에도 뿌리가 깊은 신한금융그룹의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쓴 김경태는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상금왕을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 여자 유망주 송민영과 남자 대표 출신 한창원, 김민휘를 추가로 영입한 신한금융그룹은 ‘꿈나무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스포츠 스폰서십 담당 이정 차장은 “스포츠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브랜드에 감성을 불어넣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3년 7개월 동안 변변한 메인 스폰서가 없던 여자 골프 맏언니 박세리는 최근 산은금융그룹과 사인을 한 뒤 감격스러워 눈물까지 쏟았다. 계약 성사에는 한국 경제의 외환위기 시절 박세리가 보여준 개척자 정신을 높이 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세계적인 골프 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을 갖고 있는 아쿠시네트의 인수에 참여해 본격적인 골프 마케팅에 뛰어들 계획이다. 남자 프로 대회 개최도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금융그룹은 4월 우리투자증권 골프단을 창단해 강경남, 배상문, 함영애 등 남녀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여자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프로 선수 3명을 직원으로 채용해 VIP 고객 동반 라운드, 원 포인트 레슨 등에 활용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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