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꿈나무 육성은 백화점이, 인기종목은 카드가… 롯데 ‘투트랙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비인기종목은 백화점이 후원 맡아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버팀목 역할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을 위해 누군가를 후원하기로 했다면 유명인이나 유명 단체를 후원하는 게 낫다. 스폰서십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기대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가 수월하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은 생각이 좀 다르다. 스포츠 마케팅을 하면서 인기 종목보다는 비인기 종목, 당장에 이름이 난 스타보다는 앞날을 내다보고 꿈나무를 후원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 롯데백화점은 비인기 종목인 봅슬레이 국가대표를 후원한다. 제대로 된 훈련장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난해 사상 첫 겨울올림픽 출전을 이뤄낸 대표팀을 위해 롯데백화점은 1억 원을 지원했다.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행사도 열었다. 겨울올림픽은 끝났지만 롯데백화점의 봅슬레이 대표팀 후원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제과 등과 함께 베트남 국영 VTV3의 ‘까우 투 티 혼’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까우 투 티 혼’은 베트남의 유소년 축구 선수 양성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소년들의 사연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이 한 골씩 넣을 때마다 국내 축구 꿈나무들에게 1000개의 축구공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포츠와 연계한 통 큰 경품행사를 벌이는 것 또한 롯데백화점 마케팅의 특징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은 남아공 월드컵 때 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1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추첨을 통해 고객들에게 지급했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는 한국이 8개의 금메달을 따면 추첨을 통해 최대 5억 원의 상품권을 주기로 한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정승인 상무는 “롯데백화점이 벌이는 스포츠 마케팅의 핵심은 국내 유통업계 맏형의 위상에 걸맞게 최고와 최대를 지향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소외 종목과 꿈나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통한 사회공헌이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진정성을 담은 롯데백화점의 스포츠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카드는 마케팅의 정석을 택했다.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후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매출 증가를 노린 것이다. 프로야구는 13일 출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6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국내 프로 스포츠 중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롯데카드는 한국야구위원회와 올 시즌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했다. 후원 규모는 연간 50억 원.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한 건 모든 성인이 잠재 고객일 수밖에 없는 카드회사로서는 스폰서십 만큼 좋은 마케팅 수단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 후원한다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롯데카드가 프로야구 후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관련 상품을 출시해 매출 증대까지 기대한 것이다.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연간 20%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 온 신용판매 실적이 프로야구가 개막한 4월 이후 매달 30%(전년도 같은 달 대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카드는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4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약 90억 원의 광고 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연간 후원액 50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광고 효과를 매달 거둔 셈이다. 관련 상품 출시를 통한 회원 증가 효과도 보고 있다. 프로야구 입장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예매할 수 있는 ‘롯데 야구사랑 카드’는 6월 출시된 후 석 달 만에 2만 장 넘게 발급되는 실적을 올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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