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람들은 요즘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만신창이 전력으로 최선을 다해 2위 경쟁을 끌어주고 있는 선수단을 향한 미안함과 감사가 담겨 있다.
이만수 대행 체제가 출범한 뒤 선발 로테이션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내야와 외야는 번갈아가며 전멸하다시피 했다. 현재 박재상∼김강민∼조동화 외야 주전 3인은 모조리 부상 이탈한 상황이다. 나머지 선수들도 정상 몸이 아니다.
엄정욱은 원래 선발 요원이지만 공을 많이 던지면 손가락 살갗이 벗겨지는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마무리로 돌았다. 한번 까지면 새살이 돋을 때까지 1주일이 걸리기에 이 대행 고민이 깊다. 이 대행은 “일단 마무리로 쓰고,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을 검토하겠다. 그러나 갑자기 살갗이 벗겨지면 팀 전체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엄정욱이 “적성에 안 맞는다”면서도 마무리를 묵묵히 수행하는 이유다.
엄정욱이 마무리로 이동하며 정대현은 셋업맨이 됐다. 3회 등판도 잦다. 21일 롯데전에서도 선발 고효준 다음의 등판을 수락했다. 시즌 최다이닝(3이닝), 최다투구(41구)로 역전승의 수훈을 세웠다. 이 외에 김광현, 정근우, 박진만 등이 다 불완전한 몸으로 팀을 받쳐주고 있다. SK가 규정이닝 채운 투수 한 명 없이, 10승 투수 한 명 없이 버티는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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