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퍼팅 성적은 그린 읽기 실력이 좌우한다. 그렇다면 볼링에서 레인 읽기는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까. 독자들은 레인 바닥이 딱딱하고 평평하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볼링인들은 “프로볼러의 수준은 레인 읽기 실력이 99%를 결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볼링에서 레인 읽기가 중요한 까닭은 뭘까. 볼과 레인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깐 오일의 형태가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일의 양, 길이, 두께에 따라 공의 회전수, 훅(휘어짐), 속도가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오일이 길고 두꺼우면 공의 휘어짐이 적다.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김종택 이사는 “하나의 오일 타입만 있으면 이득을 보는 선수가 생긴다. 이 때문에 대회 때마다 오일 타입을 바꾼다”며 “레인의 상태를 파악해 그에 맞는 공을 선택하는 것이 프로볼러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볼링의 종주국 격인 미국프로볼링협회(PBA)는 대표적인 다섯 가지의 레인 타입을 운영하고 있다.
그린 읽기보다 복잡한 레인 읽기 때문에 프로볼링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1등이 나오기 힘들다. 레인 읽기란 변수는 1등 선수를 단번에 100위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23일 부산 아시아드볼링장에서 끝난 ‘한미일 프로볼러 삼국지 최종판’ 제13회 삼호코리아 국제오픈에서도 이변은 계속됐다. 볼링의 메이저리그인 PBA 시즌 랭킹 1위인 크리스 반스(미국)는 예선 57위, PBA 2010년 올해의 선수 미카 코이뷰니에미(핀란드)는 142위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 레인의 두께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역 최고의 왼손 볼러로 평가받는 파크 본 3세(미국)는 2일차까지 고전하다 레인 컨디션에 적응해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23일 6강 플레이오프(예선 4, 5, 6위가 한 게임으로 승부를 가른 뒤 3, 2, 1위와 만나는 경기 방식)로 치러진 결선에서도 레인 컨디션이 승부를 갈랐다. 4위로 결선에 오른 토미 존스(미국·사진)는 4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존스는 결선 마지막 경기에서 파커 본 3세(예선 1위)를 237-225로 제압했다. 존스는 “첫 경기에서 레인 느낌이 좋아 비슷한 지점을 계속 공략했다. 먼저 세 경기를 치르며 상승세를 탄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경기해설을 맡은 김 이사는 “첫 게임에 레인 컨디션을 완벽하게 읽은 존스의 완승”이라며 “결선 진출자 6명 중 4명이 왼손 볼러라 레인 왼쪽 오일 컨디션이 변한 점도 오른손 볼러인 존스를 도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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