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달러 사나이들 “롱 퍼터, 손맛 끝내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하스, 미켈슨, 엘스, 스콧, 심슨, 브래들리…

벨리 퍼터 쓰는 빌 하스.
벨리 퍼터 쓰는 빌 하스.
‘퍼트=돈’이라는 등식은 프로뿐 아니라 주말골퍼에게도 마찬가지다. 3퍼트에 지갑이 자주 열린다면 귀가 번쩍 뜨일 일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롱 퍼터가 특효약처럼 떠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26일 끝난 투어 챔피언십에서 빌 하스(미국)가 1144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며 양손에 모두 트로피를 든 데는 전가의 보도였던 벨리 퍼터(타이틀리스트 스코티캐머런 콤비)가 큰 힘이 됐다. 하스는 3차 연장전을 치른 18번홀(파3) 그린 에지에서 15m가 넘는 거리를 퍼터로 공을 굴려 컵 1.2m에 붙이며 천금같은 파를 낚아 승리를 결정지었다. 2년 전 벨리 퍼터를 접한 하스는 그린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일반 퍼터와 번갈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는 롱 퍼터 사용자가 전체 선수의 15% 정도까지 급증했다.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30명 중에선 6명이 롱 퍼터를 썼다. 효과도 만점이었다. 애덤 스콧(호주)은 4월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하며 재기를 알린 뒤 상승세를 탔다.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지난달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롱 퍼터를 쓰는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투어 챔피언십 직전까지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위였던 웹 심슨(미국)도 롱 퍼터 애호가이며 필 미켈슨(미국)과 어니 엘스(남아공)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브룸스틱 퍼터 쓰는 애덤 스콧.
브룸스틱 퍼터 쓰는 애덤 스콧.
롱 퍼터의 길이는 40인치 이상이다. 33∼35인치인 일반 퍼터보다 길다. 롱 퍼터는 샤프트 끝을 배꼽에 대는 벨리 퍼터(40∼43인치)와 가슴이나 턱에 대는 브룸스틱(빗자루) 퍼터(46∼45인치) 등으로 나뉜다. 퍼터는 18인치보다 작으면 안 될 뿐 최대 길이에 대한 규정은 없다.

롱 퍼터는 손목과 팔꿈치 등을 쓰는 군더더기 동작으로 퍼터 페이스가 열리거나 닫히는 현상을 피하고 몸에 가까운 중심에서 시계추 원리로 스트로크를 하게 돼 방향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물리학자인 김선웅 고려대 명예교수는 “회전운동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으면 정확성이 높아진다. 퍼터의 라이각(클럽 샤프트가 지면과 이루는 각도)이 90도라면 공의 직진성이 최고에 이른다”고 말했다.

퍼터와 몸이 ‘11자’를 이룬다면 이론상 직선 퍼트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일반 퍼터의 라이각은 70∼72도이며 샤프트가 길어질수록 퍼터가 세워지게 돼 벨리 퍼터는 73∼74도, 브룸스틱 퍼터는 74∼76도로 알려졌다. 핑골프의 롱 퍼터 중 샤프트 끝이 목에 닿는 제품의 라이각은 80도에 이른다. 하스의 퍼터는 43인치에 라이각은 71도. 전설의 골퍼 샘 스니드는 홀을 마주보고 다리를 모아 스트로크를 하는 크로켓 스타일의 희한한 동작을 취해 일반 퍼터로 롱 퍼터 같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롱 퍼터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짧은 거리 스트로크의 직진성이 좋기는 해도 긴 퍼트의 거리감을 익히기에는 쉽지 않아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쇼트 퍼트도 브레이크가 많으면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트가 길어 다루기도 어렵다. 한국캘러웨이골프 김흥식 이사는 “최근 롱 퍼터 문의가 늘고 있다. 특별 주문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4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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