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전 삼성 감독)과 구대성(전 한화), 그리고 김용수(전 LG). 특급 투수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이들은 선발 투수로 에이스 구실을 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지켰다.
좋은 투수를 에이스로 활용하느냐 마무리로 활용하느냐는 팀 사정이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수도권 팀의 한 감독은 선발 우선론자다. 그는 “윤석민(KIA) 같은 슈퍼 에이스의 존재는 팀 컬러는 물론 분위기까지 좌우한다”고 말한다. 다른 감독은 “오승환(삼성) 같은 특급 마무리가 있는 팀은 뼈아픈 역전패를 당할 일이 없다. 다 이긴 경기를 내주면 2패 이상의 충격이 온다”고 말한다.
야구 기자들은 올해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선발과 마무리 중 어떤 보직이 더 중요한가를 선택해야 한다. 윤석민과 오승환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가대표 투수였던 류현진(한화)도 투수 4관왕은 못 해봤다. 2006년과 지난해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각 1위)만 2차례 차지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28일 현재 다승(17승)과 평균자책(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 등 선발투수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4개 부문에서 선두다. 투수 4관왕은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 전 감독(당시 해태)만이 1989∼1991년 세 시즌에 걸쳐 달성한 대기록이다. 윤석민은 힘 있는 직구와 시속 140km를 넘는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안정된 마운드 운영 능력까지 갖췄다.
팀 기여도에서는 오승환도 뒤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팀이 믿음직한 마무리가 없어 고전했지만 삼성은 오승환 덕분에 한 번도 결정적인 역전패를 당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27일 두산전에서 세이브를 추가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데 이어 28일에도 세이브를 추가해 올 시즌 46세이브를 기록했다. 24경기 연속 세이브로 일본 프로야구의 사사키 가즈히로가 1998년 세운 아시아 신기록까지 경신했다. 또 남은 7경기에서 2세이브를 추가하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 시즌 아시아 기록(47개)도 넘어선다.
28일 현재 오승환의 1승 46세이브에 평균자책 0.64 역시 선동열 급이다. 오승환이 MVP를 받는다면 마무리로는 처음이 된다. 이들이 거쳐야 하는 마지막 변수는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MVP 투표는 한국시리즈 이후에 이뤄져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바뀐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선수가 가산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이대호(롯데)와 최형우(삼성)도 MVP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타격 7관왕으로 MVP가 된 이대호는 올해도 타격(0.363)과 타점(112개), 안타(174개) 등 3개 타이틀 수상을 거의 굳혔다. 최형우는 홈런(29개)과 장타력(0.615)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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