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지방자치단체 소속 수영팀 선수였던 A 씨는 지난해 말 갑자기 실업자가 됐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 지자체장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팀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는 다른 지자체로 옮겼지만 서른 살이 넘은 A 씨는 갈 곳이 없다. 매일 구직란을 살펴보지만 강사 자리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례 2. 스키팀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2곳뿐이다. 해외로 나가야 실력을 쌓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예산이 많이 들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스키 지도자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창단 노력이 없어 한국 스키의 미래가 어둡다”고 털어놓았다. 이대로 가다간 2018년에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스키는 남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다.
전국 12개 시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육 팀이 무너지고 있다. 2일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실업팀은 총 454개에 선수 3174명, 지도자 579명이다. 반면 최근 4년간 해체된 지자체 실업팀은 53개나 된다. 선수와 지도자 4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올해만 해도 6개 지자체의 17개 팀이 해체됐다.
이는 동아일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대해 위원(한나라당)에게 의뢰해 2일 단독 입수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 ‘지자체의 체육실업팀 실태’에서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체육 팀을 해산한 이유는 예산 부족(37팀)이 가장 많았고 재정상 어려움(6팀), 성적 부진(2팀) 순이었다.
그러나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12개 팀을 무더기로 해체하면서도 국가대표가 있는 펜싱과 필드하키 육상 팀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 부족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해체된 한 지자체 체육 관계자는 “체육팀 해체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 지자체장이 전임자가 만든 팀을 선별적으로 해체시켰다”고 주장했다.
부산 기장군청 씨름단은 지난해 8월 오규석 군수가 새로 취임한 뒤 예산상의 이유로 해체됐다. 기장군청은 1999년 창단돼 2007년 대통령기 대회와 전국시도장사대회 등에서 우승한 명문 팀이었다. 김태우 당시 감독은 “씨름단은 10년 넘게 기장군을 대표하던 체육팀이었다. 사전에 여론조사나 군민의 의견수렴 없이 씨름단의 얘기도 듣지 않은 채 해체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육팀의 특정 종목 편중도 심각하다. 육상(61팀) 태권도(20팀) 사격 유도(이상 19팀) 등에 집중돼 있다. 반면 비인기 겨울스포츠는 컬링 바이애슬론 등은 5개 종목에 17팀으로 전체 454팀 가운데 3.4%에 불과하다. 봅슬레이는 강원에 1팀뿐이고 여자 아이스하키나 루지 등 겨울올림픽 종목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아예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목별 선수들의 연봉도 극과 극이었다. 최고 연봉 종목은 당구의 7602만 원으로 최저 연봉인 궁도(2573만 원)와 5000만 원 넘게 차이가 났다. 체육팀 1인당 인건비 평균 역시 4112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4809만 원)보다 낮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