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29·사진)이 마운드에 오르면 대구구장에는 경쾌한 차임벨 소리가 울린다.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에 학생들이 가방을 꾸리듯 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갈 채비를 한다. ‘오승환의 등장=삼성의 승리’다.
오승환이 1일 문학 SK전에서 6-4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시즌 54경기 만의 47세이브로 2006년 자신이 세운 아시아 기록과 타이다. 그는 당시 63경기 만에 이 기록을 작성했다. 한국보다 경기 수가 많은 일본프로야구의 시즌 최다 기록은 이와세 히토키(37·주니치)와 후지카와 규지(31·한신)의 46세이브다. 오승환은 연속 경기 세이브 아시아 기록도 ‘25’로 늘렸다. 그는 지난달 27일 두산전에서 2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일본의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43·당시 요코하마)가 1998년 수립한 22경기를 뛰어넘었다. 역시 아시아 신기록이다.
오승환은 올해 세이브 각 부문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4세이브에 그쳤던 그는 수술 전보다 더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세이브 수를 쌓아올렸다. 8월 12일 대구 KIA전에선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334경기 등판 만에 200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는 한국, 미국, 일본을 통틀어 그가 처음이다. 경기 내용도 완벽하다. 57이닝 동안 4실점에 그쳐 평균자책이 0.63에 불과하다. 올 시즌 한미일 세이브 1위 가운데 평균자책 0점대는 그뿐이다. 삼진도 76개나 잡아 9이닝으로 환산하면 12개에 이른다. 이 부문 1위 KIA 윤석민(9.3개)을 크게 앞지른다.
오승환은 2일 현재 통산 212세이브로 이 부문 3위다. 남은 4경기에서 3세이브를 추가하면 전인미답의 50세이브와 함께 215세이브로 역대 2위 구대성(214세이브)을 제친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는 1위 김용수(227세이브)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오승환은 통산 세이브에서도 아시아 최고를 노릴 만하다. 일본 최다 기록은 2일 현재 이와세가 가진 310세이브. 이와세는 현역이지만 나이가 많아 젊은 오승환이 충분히 따라잡을 만하다. 오승환보다 두 살 많은 후지카와는 일본의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이지만 아직 200세이브 고지도 밟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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