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목동 한화-넥센전. 한화 오재필은 4회초 생애 첫 만루홈런을 기록했다. “항상 궁금했어요. 만루홈런을 친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몸으로 느끼는 것이지…. 으음 한마디로…. 찌릿?” 이어진 5회말. 넥센 이해창은 프로데뷔 첫 안타·타점을 신고했다. “타구가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상기된 표정의 이해창에게 ‘300홈런-1000타점-1000득점의 사나이’ 송지만(넥센)이 다가왔다. “이제 해창이 1000타점까지 999개 남았네.”
시간과 망각은 비례한다지만, 기억의 앞자리에 ‘첫’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10월1일’이 오재필과 이해창에게 ‘국군의 날’로만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전설’의 반열에 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19년 전, 자신의 가슴시린 첫 등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LG전(1992년4월5일)이었어요. 만루상황에서 구원등판(8회) 했는데 첫 타자 김동재(전KIA코치) 코치님한테 ‘꽝’ 홈런을….” 정 코치는 통산승리(161승) 역대2위에 올라있는 ‘에이스 오브 에이스’지만, 그의 첫 등판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 때 ‘역시 난 역시 프로 1군 투수는 아닌가보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사흘 뒤 그는 당시 최강이던 해태전에서 프로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통산112승을 거둔 프로14년차 김수경(넥센) 역시 “첫 등판, 첫 타자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쌍방울전(1998년4월17일)에 처음으로 선발로 나갔어요. 1회 첫 타자는 최태원 선배님이었는데 볼카운트는 2-3까지 갔지요.” 회심의 일구는 바깥쪽 높은 코스에 꽂혔다. ‘아…. 빠졌다.’ 하지만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전 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공의 결과 하나가 신인이던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아요.” 결국 김수경은 그 경기에서 6.1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엿새 뒤 112승의 첫 발걸음을 뗐다. “만약 그 공이 볼이 됐다면 제 야구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냐고요? 글쎄요….(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