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잠실구장 LG 덕아웃 옆 불펜. LG 마운드의 미래를 짊어진 신인 임찬규(사진)가 이틀 후 시즌 마지막 선발등판에 대비해 씩씩하게 불펜피칭을 하고 있었다. 덕아웃에서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택근은 “쟤는 왜 안 아플까?”라고 속삭였다.
LG로 이적한 이후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그로선 올시즌 마당쇠가 따로 없을 만큼 전천후로 출격해온 임찬규가 부러운 듯했다. 올시즌 64경기 등판해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하지만 신인왕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호성적(9승5패7세이브·방어율 4.14)을 거두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김재박 감독 시절이던 2008년 39경기, 2009년 59경기에 등판했다가 결국 팔꿈치에 탈이 나 수술까지 받았던 정찬헌을 떠올리면 임찬규는 ‘무쇠팔’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인성은 정찬헌과 임찬규의 차이에 대해 “찬헌이는 포크볼을 많이 던졌다”고 밝혔다. 즉, 부상위험이 높은 변화구를 임찬규는 그다지 많이 구사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불펜피칭을 마친 임찬규의 자체진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변화구는 4∼5년 뒤에 던져도 충분하다는 조언에 따라 고교(휘문) 때부터 직구와 체인지업, 이렇게 두 가지 구종만 던졌다”며 “프로에 와서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느껴 커브와 슬라이더를 제법 연습했지만 올해도 (조)인성이 형의 리드에 따라 주로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끝내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부상 없이 무쇠팔을 자랑한 임찬규의 발견이 그나마 올시즌의 값진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