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은 ‘황새’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태극마크는 꿈도 꾸지 않고 있다가 축구대표팀에 갑자기 합류하게 된 그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는 않았다.
4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이후 1년 3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동국(32·전북 현대)은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나눠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올 시즌 16골(2위), 15도움(1위)으로 전북의 정규리그 선두를 주도하고 있는 그는 후배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동국은 “태극마크는 영광스러운 것이다. 국가를 위해 뛴다는 사실만으로 보람 있는 일이다. 생존 경쟁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 묻자 처음에 그는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지금이 중요하다”며 말을 흐렸다. 하지만 ‘황새’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43)이 34세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주도했다는 말이 나오자 달라졌다. 이동국은 “요즘은 과거와 달리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하니까 선수생명이 훨씬 길어졌다. 나이가 많다고 경기력이 저하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제2의 황선홍’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황 감독은 2002년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함께 최고참으로 4강을 이끌었다. 이동국이 브라질 월드컵에 설 때면 35세로 당시 황 감독의 나이보다 한 살이 많다.
이동국은 젊어진 대표팀에 리더십이 없다는 평가에 대해 “내 역할은 젊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표팀의 리더는 주장 박주영(26·아스널)이라는 뜻이었다. 이동국은 전날 K리그 경기에 출전해 이날은 회복훈련만 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폴란드전이 이동국의 시험무대는 아니다. 그는 K리그에서 다 보여줬다. 골감각이 워낙 좋아 후배들에게 좋은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음가짐 역시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동국을 계속 중용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이날 NFC에는 올림픽팀도 소집돼 함께 훈련했다. 대표팀과 올림픽팀이 NFC에서 함께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 대표팀과 올림픽팀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폴란드(오후 8시), 우즈베키스탄(오후 5시 30분)과 평가전을 벌인다. 올림픽팀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퇴소하고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3차 예선 3차전(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치르고 해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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