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정근우 화해…Again 2009는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0월 8일 07시 00분


2009년 10월 20일 문학구장 한국시리즈 3차전. SK 정근우의 투수 앞 땅볼을 잡은 KIA 서재응은 천천히 1루로 뛰었다. 아웃임을 직감했지만 의무감으로 1루로 뛰던 정근우는 서재응과 눈이 마주치면서 불꽃 튀는 설전을 시작했다. ‘뻔히 아웃인데 왜 빨리 공을 안 던지나?’는 무언의 항의가 담긴 정근우의 눈빛에 서재응은 “왜 그렇게 쳐다보냐?”며 바로 맞대응을 했다. 순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고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2년 후 똑같은 장소 문학. 서재응과 정근우는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양팀 대표 선수로 함께 자리했다. SK 이호준은 ‘2009년 한국시리즈와 비교해 새롭게 준비한 것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분위기가 딱딱해서 바꾸겠다.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서재응 선수가 또 정근우를 때리려고 할 때 조금 더 빨리 뛰어나가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하자 순간 행사장엔 폭소가 터졌다. 사회자는 서재응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곧장 “이 질문 애매합니다잉∼”이라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터졌다. 서재응은 이어 “(정)근우와는 다 풀었다. 나쁜 관계가 아니라 경기 중에 서로 기싸움을 벌인 거다.

올해도 또 어떤 선수가 그런 마찰을 벌일지 모른다. 이호준 선배보다 더 빨리 뛰어나가야겠다”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정근우는 “존경하는 선배(서재응)지만 팀을 이끌어나가는 마음이 커서 그랬다. 감정이 아니라 경기 중의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서재응과 정근우는 미디어데이를 마치고 서로 포옹하며 포즈를 취했다. 공식적인 화해, 그러나 그라운드에만 서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두 사람이다.

문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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