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은 결과에 따라 무리수와 승부수가 혼재되는 경향이 짙다. 책임을 져야하는 감독의 위치에서는 해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보다 해보고 실패하는 쪽이 그나마 비판을 덜 받을 수 있는 첩경이다. 상황을 구체화시켜서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맞붙는 SK와 KIA의 감독 입장이 되어 본다면? SK는 김광현, KIA는 윤석민이라는 확실한 선발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8일 1차전에서 그 위력을 확인했다. 3일만 시간을 주고 12일 광주 4차전에 올리고픈 유혹에 빠질 만하다. 특히나 3차전을 패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여기서 SK 이만수 감독 대행과 KIA 조범현 감독의 전략은 비슷하나 미묘하게 엇갈린다.
● SK 이 대행, ‘지더라도’
준PO 3차전을 하루 앞둔 10일. 광주로 내려가기 전 문학구장 훈련 때,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이뤄진 두 차례의 통화에서 이 대행은 “지금 마음으로는 100% 쓸 마음이 없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김광현을 4차전에 안 쓰겠다”고 말했다. ‘지금 마음으로는’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이 대행은 “김광현이라는 투수의 장래를 생각해야 된다. 정상이라면 몰라도 지금 광현이는 몸이 완전치 않다”고 말했다. ‘설혹 3차전을 내줘도 그럴 수 있겠느냐’고 묻자 이 대행은 잠시 간격을 두더니 “그렇다”고 했다. 송은범에 관해서도 이 대행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안 쓴다”고 했다.
사실 SK 내·외부적으로 이 대행이 SK 차기감독으로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후변수가 포스트시즌 결과와 내용이다. 이 대행은 준PO 승리가 절실하지만 동시에 SK의 2012시즌까지 시야에 넣고 있는 셈이다.
● KIA 조 감독, ‘진다면’
KIA 사이드의 기본 노선도 “어지간하면 윤석민을 4차전에 안 쓰고 싶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3차전을 잡아 5차전에 쓰거나 아니면 플레이오프 1차전에 올리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만약 3차전을 잃는다면 윤석민 카드를 4차전에 전격 검토하겠다는 것이 KIA의 전략이다. KIA에 SK전 데이터가 준수한 양현종이라는 또 하나의 선발카드가 있지만 조 감독은 “1차전 때도 2차전 선발인 로페즈를 제외한 전원이 불펜 대기였다. 그만큼 매 경기 탄력적으로 운용할 상황”이라고 언급해 변칙 운용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