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그라운드 위의 ‘한 남자’는 최고참 이종범(41)과 남다른 감격을 함께 했다. 김종국(38)은 12년 전, KIA의 마지막 우승(해태시절 포함) 당시 이종범과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은퇴한 그는 현재 KIA 2군 수비코치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태왕조의 마지막을 함께 한 둘. 김 코치가 ‘형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저도 대학 때 4년 간 ‘서울 물’ 먹었으니, 오늘은 표준말로 하겠습니다. 올시즌 가을잔치를 보니, 1997년 형님이 한국시리즈 MVP를 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저는 그 때 ‘햇병아리’였지만, 형님은 전성기였잖아요. 치는 것, 뛰는 것, 잡는 것. 뭐든지 마음먹은대로 야구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같은 내야수인데, 왜 형님처럼 야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스피드, 탄력…. 형님은 상상을 초월하는 운동신경이었어요.
올시즌 형님이 2군에 내려왔을 때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 나이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니까요. 그냥 형님이 이끌어주는 대로 2루를 지켰고, 또 우승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4년 전 일이네요.
준PO 2차전에서 형님이 역대 타자 포스트시즌 최고령 출장기록을 세우는 장면을 TV로 지켜봤습니다. 물론 결과가 좋았다면 더 기뻤겠지만, 타자야 항상 잘 칠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타자는 세월이 흘러도 경험으로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으니,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기대하겠습니다. 예전 우리 해태시절,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쳐 가을만 되면 승승장구했던 기억나시죠? 그 정신을 꼭 후배들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가을 멋지게 마무리 하고, 사석에서 시원하게 한 번 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