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차전을 앞둔 SK 정근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언제 1차전 이기고 시작한 적 있나요? 2차전부터 이기면 됩니다.”
정근우의 자신감은 2007년부터 시작된 ‘1차전 패배∼시리즈 승리’란 기분 좋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SK는 2007, 2008년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각각 먼저 2패, 1패를 거둔 뒤 내리 4연승을 거뒀고,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에 2패를 당한 뒤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의 감격을 누렸다.
최근 4년간 가을잔치 5번의 시리즈(플레이오프 1번·한국시리즈 4번)에서 SK가 1차전에서 지고 시리즈를 내준 것은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가 유일하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선 삼성을 상대로 내리 4연승을 달렸다.
1차전에서 1-5로 패한 뒤 2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둔 SK가 11일 적지 광주에서 열린 3차전을 2-0으로 따내면서 이제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SK는 4차전 선발로 의외의 카드 윤희상을 내세웠고, ‘벼랑 끝에 몰린’ KIA는 1차전 완투승의 주인공 윤석민을 배치했다. SK의 4차전 선발로 고효준이나 이영욱이 예상됐지만 이만수 감독대행의 선택은 윤희상이었다.
올시즌 20번 등판 중 6번만 선발로 나섰던 윤희상은 지난 5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선발 등판, 5.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3승 중 1승이 직전 KIA전 선발등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SK 벤치의 낙점을 받았다.
3차전이 만약 승리로 끝났다면 KIA의 4차전 선발은 윤석민이 아닌 양현종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민 등판은 ‘내일이 없는’ 절박한 처지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109구를 던진 뒤 사흘 휴식 후 등판이라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한 점이 윤석민으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다.
SK는 3차전까지 치르면서 ‘막강 불펜’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2차전 이후 불펜은 8.2이닝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정근우의 자신감처럼, 이번 시리즈가 3차전 승리로 절대적으로 SK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KIA가 반전 기회를 잡고 5차전으로 승부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윤석민의 호투와 함께 물먹은 방망이가 살아나야 한다. 그나마 정상적이지 않은 트레비스의 컨디션 등 불펜의 여러 악재 속에서 3차전 김진우의 호투는 의미있는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