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KIA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 16일 롯데와 1차전
최정에 “널 믿는다, 맘껏 휘둘러라” 격려, 2안타 4타점으로 보답… KIA에 8-0 대승
SK 중심 타자 최정은 정규 시즌에서 20번이나 몸에 공을 맞았다. 9월 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이용찬으로부터 오른 무릎 뒤 오금에 공을 맞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근 한 달 만에 복귀했지만 사구 후유증을 떨쳐내진 못했다.
8일부터 시작된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최정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3차전까지 14번 타석에 서 안타를 한 개도 못 쳤다. 두 번의 출루는 공교롭게도 모두 몸에 맞는 볼이었다.
1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앞서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지나가던 최정을 불러 세웠다. 이 대행은 “아무리 못 쳐도 난 널 믿는다. 긴장하지 말고 이거다 싶으면 막 휘둘러도 된다”라고 주문했다. 말을 마친 뒤엔 장난스럽게 최정의 볼을 꼬집은 뒤 엉덩이를 툭툭 두들겼다. 그러곤 1∼3차전과 마찬가지로 최정을 3번 타순에 집어넣었다.
이 대행의 믿음은 잠자던 최정의 해결사 본능을 깨웠다. 1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0-0으로 팽팽하던 3회 1사 1, 2루에서 KIA 에이스 윤석민의 몸쪽 직구(시속 144km)를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연결하며 2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5회 무사 2, 3루에서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타점을 올렸고, 8회 무사만루에서는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했다. 최정은 이날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8-0 대승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던 ‘깜짝 선발’ 윤희상은 6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첫 승을 따냈다. 전날까지 2승(1패)을 올린 SK는 최정과 윤희상의 활약을 발판 삼아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8월 중순 김성근 감독의 전격 사퇴 후 갑작스럽게 SK 지휘봉을 잡은 이 대행은 한동안 지도력에 물음표를 달고 다녔다. 경기 중 파인 플레이가 나오면 선수들보다 더 좋아하고 스스럼없이 선수들과 주먹을 부딪치는 모습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 대행 취임 후 19승 1무 18패를 거두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준플레이오프에서 1패 후 3연승으로 KIA를 완파하며 준비된 지도자임을 입증했다.
이 대행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다.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내 믿음에 선수들이 보답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는 SK 톱타자 정근우가 선정됐다. 정근우는 기자단 투표에서 65표 가운데 23표를 받아 안치용(22표), 박정권(20표)에게 간발의 차로 앞섰다. 4경기 성적은 타율 0.529(17타수 9안타)에 6득점 3도루. SK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정규 시즌 2위 롯데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인다.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윤희상, 200% 능력 발휘” ▽이만수 SK 감독대행=이번 시리즈 시작 전에 우리 팀이 열세라는 평가가 많아 자존심이 상했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인 선발 투수 윤희상이 자기 능력의 200%를 보여줬다. 플레이오프 상대인 롯데전에서 올해 우리 선수들이 잘해왔다. 롯데가 많이 긴장할 것이다. ■ “중심타자들 몸 무거웠다” ▽조범현 KIA 감독=시즌을 아쉽게 마쳤다. 응원해준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시리즈 내내 타선이 터지지 않은 게 패인이다. 중심타자들의 몸이 전반적으로 무거웠고 욕심이 앞서 스윙이 컸다. 올 시즌 드러난 부족한 점을 겨울훈련 때 보완해 내년 시즌에는 더 강한 팀으로 팬들 앞에 서겠다. ■ “SK투수 공 충분히 공략” ▽양승호 롯데 감독=1, 2차전을 보니 SK가 올라오겠다 싶었는데 예상대로 됐다. SK 정근우가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인다. 정근우는 수비를 흔들어 놓기 때문에 출루를 막는 데 주력하겠다. 우리 타자들이 긴장하지 않고 정규 시즌 때처럼 해준다면 SK 투수들의 공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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