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준PO에서 윤희상이라는 보물을 발견했다. 7년이라는 무명세월, 툭 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되뇌며 살기 바빴지만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날개를 달았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윤희상을 키운 사람들
이감독 1·2군 오가는 과정서 발견한 보물
SK 사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그 때는 수석을 하다 2군감독 가고 다시 올라갔다 내려오고. 이만수 감독대행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 돌이켜보면 당시 2군에 안 갔더라면 윤희상, 박희수 등을 알아볼 수 있었겠나?”
불펜 박희수의 투심패스트볼, 선발 윤희상의 포크볼은 준플레이오프(준PO) SK마운드의 히트상품이었다. 둘 덕분에 SK는 4차전에서 준PO를 끝냈고, 무리 없이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 임할 수 있게 됐다.윤희상의 압권은 4차전의 6.2이닝 무실점 투구였다.
입단 7년 만에 찾아온 첫 번째 큰 기회를 윤희상은 낭떠러지에서 나뭇가지 붙잡듯 잡았다. 윤희상의 오늘을 있게 만든 은인들의 증언을 다각도에서 청취했다.
7년만에 “야구가 하고 싶다” 진실된 고백
● 허정욱 스카우트
2003년 내가 스카우트 되고나서 처음 뽑은 선수가 희상이였다. 당시 2차 1순위가 윤희상, 2순위가 정우람이었다. 190cm가 넘는데 구속은 145km가 나왔다. 큰데도 민첩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성격이 한번 잘 던지다가도 꾸준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렇게 7년이 흘렀는데 올 봄에 “야구가 하고 싶다”고 하더라. 2군 경기를 가면 묵묵히 던지고 있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 김상진 투수코치
(윤희상이 멘토로 꼽는다) 하드웨어는 좋다. 그러나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이 약했다. 그 나이에는 맞더라도 힘으로 붙어야 되는데 자꾸 경기운용부터 생각하려 들었다.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고 해보고 나서 결과가 나빠도 남는 게 있다고 했다.
실패가 아니라 실수라고 했다. 도망가지 않고 부딪히는 절박함으로 준PO를 던져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흙 속의 진주’ 윤희상(왼쪽 끝)을 발견한 이가 2군 감독이었던 SK 이만수 감독대행(가운데)이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이만수 감독대행
2군 감독을 하면서 희상이의 투구능력을 봤다. 그런데 능력치가 3이라면 1에서 만족해 버렸다. 그때마다 재능과 잠재력을 일깨웠는데 준PO 4차전 통해 ‘이제 되는구나’라고 느꼈길 바란다.
● 포수 정상호
직구와 포크볼이 좋다. 삼진 잡을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는 경향이 있어서 수비를 믿으라고 얘기해준다. 큰 경기여도 떨지 않는다.
포크볼은 롯데 조정훈의 것보다 각은 작은데 스피드가 있고, 키가 커 포인트가 좋다. 직구가 빨라서 더 위력이 있다.
● 윤희상
어렸을 때는 못 던질 때 좋은 말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익 때 사회생활 해보고 사회인야구, 리틀야구 선수를 가르치면서 나같은 선수를 만나서 가르치는 심정을 이해했다.
동기인 정우람, 임훈이 야구해서 명성을 얻는 걸 보고서 올해부터 마음을 달리 먹자고 했다. 봄 전지훈련부터 야구를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 예전이었다면 2군에 계속 있었으면 툭하면 ‘때려 치워야지’ 했는데 2군에서도 열심히 하니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더라. 1구 1구 정말 열심히 던지는 우람이 보고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