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SK 정근우의 오른쪽 옆구리는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 KIA 김진우의 강속구에 맞은 ‘훈장’이다.
그래도 정근우는 “못 하면 맞히지도 않는다. 다음 타석에서 ‘설마 또 맞히겠나?’하고 안타를 쳤다”고 특유의 유쾌함을 발휘했다.
빈볼성 사구를 맞고도 정근우가 기분 좋은 이유는 그 덕분(?)에 준PO MVP를 굳힌 것 같기도 해서다. 안치용, 박정권과 초경합이었는데 KIA가 가장 힘들었던 타자는 정근우라고 자인한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단 투표 결과 정근우는 23표를 얻어 안치용에 1표, 박정권을 3표차로 앞서 준PO MVP를 수상했다. 이에 정근우는 “나를 찍은 23분만 김밥천국에라도 데려 가야겠다”라며 좌중을 웃겼다. 이제 정근우의 다음 목표는 골든글러브다. 목표는 수상이 아니라 참석이다. 규정타석 미달이기에 후보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규정도 없지 않아 취재진에게 “2루수 후보라도 들어가게 힘 좀 써 달라”고 홍보를 했다. 골든글러브 행사 직후 만찬장에서 나오는 스테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기 때문이라고 익살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