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4·SK텔레콤)이 청야니(대만)를 꺾었다. 최나연은 16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콸라룸푸르골프장(파71·6208야드)에서 열린 미LPGA 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총상금 19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더블 보기 1개를 기록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친 최나연은 이날만 6타를 줄인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14언더파 270)의 추격을 뿌리치고 1타 차로 신승했다. 지난 주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1타 차 준우승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냈다.
최나연의 우승으로 한국(95승) 및 한국계 선수(5승)는 미LPGA 투어 통산 100승째를 기록했다. 최나연은 시즌 첫 우승이자 개인 통산 10승(국내 5승, 해외 5승)째. 우승상금은 28만5000달러다.
● 청야니 상대 일주일 만에 설욕
창과 방패의 대결 같았다. 청야니가 찌르면 최나연이 막아냈다. 일주일 전, 최나연은 청야니에게 한방 먹었다. 안방에서 열린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공동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1타 차로 우승을 빼앗겼다. 충격은 컸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 3라운드가 끝난 뒤 “다행히 이번에는 청야니와 경기 하지 않게 돼 부담이 덜하다”며 안도했다.
맞대결을 피하긴 했지만 청야니의 추격은 경기 내내 괴롭혔다. 16번홀. 최나연은 2타를 줄이면서 14언더파. 청야니는 6타를 줄이면서 14언더파 동타가 됐다. 기세로 보면 청야니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하지만 마지막 두 홀에서 신은 최나연의 편이었다. 17번홀에서 절묘한 티샷에 이은 버디 퍼트로 1타 차 단독 선두가 됐고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일주일만의 설욕인 셈.
● 중학교 때 국가대표 지낸 엘리트 골퍼
경기도 오산 성호중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나연은 고교 시절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대원외고 1학년 재학시절(2004년) KLPGA 투어 ADT 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선배들을 꺾고 우승했다.
2007년까지 국내에서 뛴 최나연은 통산 4승(아마추어 우승 포함)을 이룬 뒤 미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2008년 조건부 시드를 받고 시작한 투어에서 상금랭킹 11위에 오르면서 두각을 보였다.
고른 성적을 보이긴 했지만 늘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면서 ‘새가슴’이라는 꼬리표를 떼 내지 못했다. 2008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13번홀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렸지만 결국 헬렌 알프레드손에 동타를 허용했고, 연장전에서 져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과의 질긴 악연은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끊었다. 미LPGA 투어 55개 대회 만에 이룬 우승이다. 2010년에는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과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품에 안았다.
한편, 최나연의 가족과 팬클럽은 한국 및 한국계 선수의 미 LPGA 통산 100승 달성을 기념해 대대적인 환영식을 준비한다. 20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선라이즈 타이완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24일 귀국하는 최나연을 위해 공항에서부터 환영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