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 롯데는 6-6으로 맞선 9회말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황재균의 2루타와 조성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양승호 감독은 대타 손용석 카드를 꺼냈다. “초구 공략을 잘하고 맞히는 재능이 있어 외야 뜬공이라도 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손용석은 초구에 투수 앞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어 롯데는 김주찬이 고의볼넷을 얻어 1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타자는 전 타석까지 안타를 3개나 친 손아섭.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다섯 번째 투수로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우람은 초구를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타자가 딱 치기 좋게 높게 들어왔다. 손아섭은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그러나 잘 맞은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가 병살타로 연결됐다.
기사회생한 SK는 위기 뒤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상호는 연장 10회초 롯데의 여섯 번째 투수 부첵의 2구 직구(시속 142km)를 끌어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결승 솔로포를 날렸다. 정우람은 10회말 수비에서 롯데의 클린업트리오(전준우 이대호 홍성흔)를 범타 처리하며 7-6 승리를 마무리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를 완파한 SK는 시종 롯데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0-3으로 뒤지다 3-3 동점을 만들었고 4-4 동점에서 6-4로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4년간 3번의 한국시리즈를 이끌었던 김성근 전 감독과 이만수 대행의 야구가 강한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포스트시즌 연장 승부는 41번째, 플레이오프는 16번째.
이로써 SK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4연승을 달렸다. 반면 롯데는 1999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포스트시즌에서만 홈 12연패를 당하며 징크스를 끊지 못했다.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SK)과 장원준(롯데)이 선발 등판한 이날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광현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1개 등 8안타 4실점, 장원준은 5이닝 동안 홈런 1개 등 9안타 4실점 한 뒤 물러났다. 양 팀은 4시간 30분에 걸쳐 장단 31안타를 주고받는 타격전을 벌였지만 마지막 집중력에서 SK가 한발 앞섰다. 2차전은 17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사직=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말 드라마 같은 경기”
▽이만수 SK 감독대행=감독대행 맡은 뒤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정말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9월 9일에도 롯데에 1-8로 뒤지다가 역전승한 적이 있는데 감독대행으로 드라마를 많이 만들고 있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지난해까지 매년 결혼기념일이 한국시리즈와 겹쳐 챙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오늘은 무조건 승리해서 집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초반 도망 기회 못살려”
▽양승호 롯데 감독=초반 도망갈 기회가 있었지만 기회를 못살려 후반까지 어렵게 경기를 했다. 그래도 강한 SK 불펜에 맞서 우리 타자들이 잘 쫓아갔다. 9회 말 찬스(무사 1, 3루와 1사 만루)에서 끝냈어야 했는데 아쉽다. 선수들이 항상 잘할 수만은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에서 SK도 1차전에서 패한 뒤 3연승하더라. 내일은 꼭 이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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