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아, 나는 요즘 전남 강진에 있다. SK 재활코치를 떠나서 NC 다이노스 투수코치로 부임한 것은 이미 알 거다. 원래 밤까지 투수들을 가르치지만 플레이오프(PO) 시간만 되면 TV를 켜고 야구를 시청하게 해. 보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해서지. 그러나 16일 PO1차전은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볼 수가 없었다. 광현이 네가 던지는 날이었으니까.
왜 왼쪽 다리가 빠질까, 왜 어깨가 빨리 돌까, 왜 힘이 잔뜩 들어갔을까 안타까움이 들었지만 제일 크게 와 닿았던 생각이 뭔 줄 아니? ‘광현이가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던지는구나’였어.
지금에야 말하지만 후쿠오카 클리닉에 가기 전, 너의 어깨 상태는 투수를 계속 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었다. 한국에서는 감히 손대기가 힘들었고, 수술 가능성마저 떠올랐었지. 한마디로 0에서 다시 출발하는 작업. 외출마저 제한된 격리된 공간에서 밤 8시까지의 재활.
김광현이 얼마나 책임감이 강한 투수였는지 나는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광현이 네가 피칭을 다시 할 수 있는 투수가 됐다는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너의 몸을 알고,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를 알게 되어서 나는 더 보람 있었다. 그런 각오, 그런 마음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어.
이제 SK를 떠났지만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었다. ‘김광현은 김광현이고, 류현진은 류현진’이라는 것이다. 김광현은 변화구나 경기운용이 아니라 한가운데 강속구를 힘으로 던지는 투수라는 것이다. 언제나 김광현이 김광현답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