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송승준(31·사진)의 가을은 늘 괴로웠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PO)에서 채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4경기에 나가 11.1이닝 동안 방어율 15.88. 그에게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었다.
롯데가 PO 1차전을 패한 뒤 2차전 선발로 송승준을 예고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그는 경기 전 “이번 포스트시즌은 PO에서 ‘준’이 빠진 게 마음이 편하다”는 여유를 부렸다. 문제점으로 꼽혔던 마인드컨트롤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여유’는 마운드 위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6회까지 SK타선을 단 4안타로 꽁꽁 묶었다.
경기 초반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낙차 큰 포크볼 위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더니 후반에는 직구 위주로 볼배합을 바꿔 타자의 허를 찌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회와 6회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병살타로 잡아내는 위기관리능력도 빛났다.
비록 7회 내야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를 만들고 내려왔지만 6이닝 5안타 6탈삼진 1실점의 역투. 악몽과 같았던 가을 징크스를 깨고 승리를 거둔 그에게는 팬들의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