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괜찮은데 마음이 안 좋네요.”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앞둔 대구구장. 삼성 차우찬(23·사진)이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팀 에이스로서 올시즌 개막전 포문을 열었던 만큼 KS 1차전 선발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이후 급격히 무너진 밸런스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후반 팔꿈치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간 뒤 구위마저 뚝 떨어졌다.
결국 KS 3일전 롱릴리프로 대기하라는 통보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차우찬에 대해 “쉬면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고 구위도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누구보다 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차우찬은 원래 1차전 선발로 나가야하는 투수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제자는 그런 스승의 믿음에 보답하는 역투를 펼쳤다. 5회 선발 매티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SK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탈삼진은 무려 5개. 무엇보다 최고 149km의 빠른 직구로 상대를 압박하는, 예전의 구위를 되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비록 선발은 아니었지만 그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고 데일리 MVP에도 꼽혔다. “개인 첫 KS 우승을 위해 뛰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힘찬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