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는 나폴리 시리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나폴리의, 나폴리에 의한, 나폴리를 위한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다.

텍사스 포수 겸 1루수 마이크 나폴리(30)가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는 25일 5차전까지 치러진 텍사스와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다.

20일 열린 1차전부터 그랬다. 나폴리는 0-2로 뒤진 5회초 세인트루이스 에이스 크리스 카펜터로부터 우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팀은 2-3으로 졌지만 그의 한 방은 인상적이었다.

양 팀이 1승 1패로 팽팽하던 3차전에서는 대형 사고를 쳤다. 23일 열린 경기에 1루수로 출장한 나폴리는 0-2로 뒤지던 1회 1사 만루에서 평범한 땅볼을 홈으로 악송구해 2명의 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7-16,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4, 5차전 연속 팀 승리를 이끈 것은 나폴리였다. 그는 24일 4차전에서 1-0으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6회말 1사 1, 2루에서 미첼 보그스의 초구 높은 직구를 받아쳐 왼쪽 펜스를 넘기는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하루 만에 역적에서 영웅으로 변신한 그의 활약은 5차전에서도 계속됐다. 2-2로 맞선 8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로 4-2 승리를 이끌었다. 나폴리의 결승타가 터지는 순간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은 나폴리를 연호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나폴리는 수비에서도 빛났다. 9회 말 앨버트 푸홀스 타석 때 1루 주자 앨런 크레이그의 2루 도루를 저지하는 등 2차례나 도루 저지에 성공했다.

창단 50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텍사스는 이날 승리로 3승 2패를 기록하며 대망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월드시리즈 6차전은 세인트루이스로 자리를 옮겨 27일 열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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