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즐겁다 아하! 경마베팅] “관리사 힘들게 하는 말을 찍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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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7시 00분


5·끝 예시장서 말 보는 요령

결혼을 앞둔 서른다섯 노총각 배 대리는 깐깐한 예비장인이 경마 마니아에다 마주라는 정보를 입수한다. 문제는 배 대리가 경마에 완전 문외한이라는 것. 그런 그의 앞에 ‘광화문 마도사’로 불리는 마 과장이 나타나고, 배 대리는 예비 장인과의 만남에 앞서 마 과장에게 4주 완성 속성 경마레슨을 받게 되는데 ….

지난 한 달간 배 대리는 마 과장에게 승식의 종류, 마권 구매표 작성법, 배당률 보는 법, 말의 주행습성 등 경마 베팅을 위한 속성 레슨을 받았다. 마 과장은 “마지막 번외레슨을 해 주겠다”라며 배 대리를 서울경마공원으로 불러냈다. 헐레벌떡 달려 온 배 대리를 보며 마 과장은 빙긋 사람 좋은 미소를 건넸다. 그리고는 배 대리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마치 로마시대 귀족들이 검투사들의 피 튀기는 싸움을 열광하며 지켜보던 원형경기장을 축소해 놓은 듯한 장소였다. 그곳에서는 검투사 대신 경주마들이 묵묵히 마필관리사와 함께 줄지어 걷고 있었다.

“이곳은 예시장이라는 곳이지. 경주가 시작되기 전 30분전부터 경마팬들에게 말의 상태를 선보이는 장소라네. 팬들은 이곳에서 경주마의 건강상태, 걸음걸이 등을 보고 마지막으로 베팅 작전을 점검할 수 있게 되는 걸세.”

“하긴 말도 운동선수처럼 당일의 컨디션이 제일 중요할 테니까요. 데이터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네요.”

마 과장의 설명에 배 대리가 이해가 간다는 듯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제 눈에는 그 놈이 그 놈 같은데요. 이래서야 도통 알 수가 ….”

배 대리의 말에 마 과장이 웃었다.

“그러니 레슨을 받아야지. 지금부터 예시장에서 말을 보는 비법을 전수해 주도록 하겠네. 그나저나 오다 보니 요 앞에 맛있어 보이는 장어구이집이 있던데 ….”

“오늘 레슨비는 무조건 장어구이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비법을 … 헉헉!”


1. 목운동을 보라

“목을 잘 쓰는 말은 달릴 때 피로가 적고 자연스러운 질주를 할 수 있지. 길이가 적당하고 날씬한 느낌이 드는 목이 좋은 목이라네. 피부가 얇고 혈관이 보이면 더 좋다는 점을 기억하게.”

2. 숨어있는 힘을 발견하라

“예시장에서 보면 침착하면서 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경주에서는 성격이 급변하는 말들이 있다네. 말의 숨어있는 힘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고수라 할 수 있는 법.”

3. 앞 몸집의 발달을 살펴라

“경주마의 능력은 뒷몸집보다는 앞몸집, 뒷다리보다는 앞다리가 더 중요한 요소라네. 앞몸집이 발달한 말은 가슴이 넓고, 어깨와 관절 사이, 앞다리가 길지.”

4. 뒷다리 진입도 유념하라

“예시장에서 말이 보행을 할 때 뒷다리도 유념해 보아야 하네. 뒷다리를 내디딜 때 스프링이 튀듯 힘찬 느낌을 주어야 해.”


5. 눈을 살펴라

“사람도 말도 눈이 많은 것을 얘기해주지. 자신이 있는 말은 투지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네. 말이 가끔 우뚝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것은 멀리 달리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배대리, 자네가 수영장에서 우뚝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의미지.”

6. 동작을 체크하라

“예시장에서는 마필관리사가 고삐를 잡고 말의 보행을 이끌게 되지. 이때 고삐를 가끔 옆으로 돌리거나 밑으로 내리면서 당기려는 말들이 있다네. 초보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아, 저 말은 오늘 기수가 다루기 힘들겠구나’싶겠지만 사실은 반대일세.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이지.”

7. 가까이에서 관찰하라

“경주마 몸의 발달정도, 눈의 생기, 복부의 생김새, 땀 흘리는 정도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네. 그러기 위해서는 되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지. 부득이 멀리서 봐야 할 때면 쌍안경 같은 것으로 관찰하는 것도 괜찮아. 이참에 하나 구입해두게.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이니까.”

8. 말을 엉덩이가 빵빵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말들을 보면 앞몸집도 훌륭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발달된 엉덩이를 가지고 있지. 말도 뒤태가 중요하다네. 그렇다고 가까이 가지는 말고. 뒷발질에 채이면 최소한 갈비뼈 몇 대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니까.”


9. 꼬리의 형태도 살펴라

“개도 그렇지만 말도 꼬리로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지. 꼬리의 움직임이 흐느적거리지 않고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S자형을 이루는 말이 컨디션이 좋은 말이라네. 반대로 복날 개 혀처럼 축 늘어진 꼬리는 … 말 안 해도 알겠지?”

10. 털의 윤기를 확인하라

“당연한 얘기지만 털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말이 건강상태와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는데, 검은 털의 말은 상태가 나빠도 광택이 좋아 보일 수 있다네. 조심해야 하네.”

11. 땀을 많이 흘리는 말

“암말은 수말에 비해 땀의 양이 적다네. 따라서 암말이 흥분한 듯한 행동을 보이면서 땀에 흠뻑 젖어 있다면 경계할 필요가 있어. 수말의 경우에는 복부와 뒷다리 사이에 땀이 흐르기도 한다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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