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만수 감독대행은 25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패한 후 호텔로 돌아가 포수 정상호의 방을 찾았다. 감독방으로 불러들인 것이 아니라 찾아갔다는 것부터 평범한 모양새는 아니다. 탈권위적인 이 대행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찾아간 내용도 파격에 가까웠다. ‘더 뛰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이 대행은 26일 KS 2차전을 앞두고 “체력이 바닥인 것도 안다. 방망이가 슬로비디오로 나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너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 미안한 말이지만 (백업포수) 허웅은 아직은 어렵다”고 정상호에게 간청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에 정상호는 “한국시리즈 끝까지 뛰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행은 “내 현역 때보다 훨씬 잘한다”고 정상호의 투혼을 추켜세웠다.
정상호뿐 아니라 SK에는 ‘방망이는 기대할 수 없는’ 타자들이 적지 않다. 6번타자 아래로는 지나가는 타선이라 할 정도로 몸이 성하지 않다. 아픈 선수가 많다보니 뛰는 야구도 어렵다. 주력 타선도 25일 KS 1차전까지 포스트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스윙스피드가 눈에 띄게 저하됐다.
삼성 투수들은 공공연히 “SK 타선을 분석해서 약점을 파고들기보다 그냥 우리 공을 던지면 된다. 힘으로 붙어서 누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1차전을 그렇게 이겨서 더 자신감이 붙었다. 반면 26일 SK 덕아웃은 ‘KS가 정말 어려워졌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흘렀다. 선수들은 말수가 줄었고, 이 대행의 낙천성은 약세를 감추려는 위장처럼 비쳤다.
그래도 버티는 SK는 가을의 고전을 투수전의 백미로 써내려가고 있다. 가을야구의 흥행메이커는 어떤 끝내기를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