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의 기세가 거침이 없다. 지난해 눈물을 흘렸던 대구에서 SK를 상대로 활짝 웃었다. 삼성이 26일 홈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막강한 마운드와 배영섭의 결승타를 앞세워 SK를 2-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점수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두 팀의 방망이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쉽게 터지지 않았다. 삼성은 선발 장원삼이 5회까지 삼진을 10개나 솎아내며 호투했다. 직구는 낮게 제구가 돼 타자 몸쪽을 파고들었다. 변화구는 예리하게 꺾였다. SK는 물량 공세로 맞섰다.
잘 던지던 장원삼은 6회 1사 2, 3루 위기에서 강판했다. 투수 교체는 성공했다. 권오준은 안치용과 김강민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오는 법. 삼성은 6회말 2사 만루에서 배영섭이 천금 같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0의 행진을 끝냈다. 올 정규시즌에서 타율 0.294, 51득점, 33도루로 활약해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배영섭은 9월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왼손에 공을 맞아 골절상을 입은 뒤 시즌을 접었다. 한국시리즈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본인의 출전 의지가 워낙 강했고 류중일 감독도 이를 받아들였다. 배영섭은 2차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SK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8회초 삼성의 네 번째 투수 정현욱을 두들겼다. 무사 1, 2루에서 박정권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고 무사 1, 2루의 득점 찬스를 이어갔다. 찬물을 끼얹은 듯 잠잠하던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진 것은 그때였다. 차임벨 소리와 함께 ‘끝판 대장’ 오승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희생 번트를 대려던 안치용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고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운도 따랐다. 최동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중견수 이영욱이 송곳 같은 송구로 2루 주자 최정을 홈에서 아웃시킨 덕분에 실점하지 않았다. 9회에는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솎아내며 완벽히 틀어막았다.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세이브(5세이브) 기록을 새로 썼다. 삼성 마운드는 1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이 부문 포스트시즌 기록도 세웠다.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28일 오후 6시 문학에서 열린다.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영욱 호수비 결정적 역할”▼
▽류중일 삼성 감독=6회에 승부가 갈렸다. SK는 6회 초 무사 2, 3루의 기회를 못 살렸고 우리는 6회 말 2사 만루에서 배영섭이 해결을 했다. 8회 2루 주자를 홈에서 아웃시킨 이영욱의 호수비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투수들은 계속 잘해주고 있는데 타자들은 기회를 못 만들고 있다. 타자들이 분발하면 남은 경기에서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것 같다. ▼“6, 8회 기회 못살린게 패인”▼
▽이만수 SK 감독대행=6회와 8회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한 게 패인이다. 타자들이 어제오늘 계속 삼성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타자들이 많이 지쳐 있어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하루 이틀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는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투수와 야수 모두 많이 지쳐 있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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