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농담처럼 했던 말인데 말이야. 갑용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 팀 보배야 보배. 허허.”
삼성 류중일 감독은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포수 진갑용(사진) 얘기를 꺼내면서 껄껄 웃었다. 옛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벌써 12년 전의 일이다. 선수 마지막 해인 1999년 류 감독은 OB전에서 타석에 들어선 뒤 포수로 앉아 있던 진갑용에게 “거기서 그러지 말고 우리 팀 와서 포수 봐라”라고 농담을 건넸다는 것. 당시 진갑용도 “삼성에서 불러만 주신다면야”라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런데 그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에 진갑용은 투수 이상훈과 트레이드돼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1990년대에 OB는 포수자원이 풍부했다. 김태형 이도형 박현영 등이 있었는데 줄줄이 국가대표 포수들이 입단했다. 96년 최기문이 들어왔고, 97년에는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포수’라던 진갑용이 지명됐다. 그러나 진갑용은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98시즌 후 최기문이 롯데로 트레이드됐음에도 99년 입단한 신인 홍성흔에게도 주전에서 밀렸다.
류 감독은 “갑용이가 삼성에 온 뒤에 3번이나 우승했잖아”라며 웃었다. 올해 사령탑 데뷔 첫해 우승을 꿈꾸고 있는 류 감독. 진갑용이 버티고 있는 안방이 든든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