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을 해야 되는 한국시리즈(KS)는 단기전이라기보단 중기전에 가깝다. 또 위에서 기다리는 팀이 더 있는 것도 아니므로 4연승으로 이기든, 4승3패로 이기든 이기기면 하면 된다. 그렇기에 ‘무조건 이기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이기겠다’는 플랜을 짜놓고 관철하는 쪽이 KS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 수 있다. 2011년 KS에서 맞붙은 삼성과 SK는 팀 컬러는 비슷하나 이 게임 플랜에서 선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삼성, 속전속결
한마디로 삼성은 ‘4승으로 끝내자’는 작전이다. 작년 4전패의 복수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투타의 힘에서 앞서는 삼성으로선 SK가 파고들 틈조차 안 주고 끝내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삼성은 1차전 매티스-차우찬, 2차전 장원삼-정인욱의 ‘1+1 선발’ 조합을 준비해 KS 1·2차전을 대비했다. 그러나 2차전 장원삼의 호투로 정인욱을 아끼고, 2연승의 덤까지 누렸다. 이제 삼성은 3차전 저마노-차우찬 조합에 정인욱까지 추가하는 ‘1+2 선발’ 조합으로 SK 타선을 질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선발 조합이 6이닝 안팎을 막아주면 7회 이후는 오승환, 안지만, 권오준, 정현욱 등의 승리조 불펜이 총동원된다. 1·2차전처럼 2점만 내고도 이기는 패턴을 3차전 이후에도 밀어붙이는 것이 삼성의 가장 이상적 시나리오다.
● SK, 결사항전
밑에서 격전을 치르고 올라온 SK는 KS를 길게 끌고 가야 승산이 있다. 때문에 대구에서 1승도 못하고 올라온 것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SK는 2007년 두산과의 KS에서 2패 후 4연승으로 뒤집기 역전우승을 해낸 유일한 팀이다. 2009년 KIA와의 KS도 비록 패했지만 1·2차전을 내주고도 7차전까지 몰고 갔다. 주변 여건은 당시와 많이 다르지만 큰 그림은 흡사하다. 이길 경기, 질 경기를 나눠서 들어가는 것이다. 2패로 몰린 상황에서 송은범이 나선 3차전은 무조건 잡고 봐야 된다. 그 다음에 4차전 김광현, 5차전 고든, 6차전 윤희상, 다시 7차전 송은범이 올라가는 패턴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김광현은 예전의 위용이 사라졌고, 어깨통증을 호소한 윤희상은 등판 자체가 불투명한 지점에서 불안감이 드리운다. 글로버, 전병두의 공백이 KS에서야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