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코트에서 두려울 게 없었다. 1990년대 후반 프로농구 기아에서 뛴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45)와 ‘사마귀 슈터’ 김영만(39). 중앙대 선후배이기도 한 이들은 1999년 2월 21일 SK전을 시작으로 3월 14일 나산전까지 기아의 9연승을 이끌었다. 역대 유일한 라운드 전승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그로부터 12년도 넘게 흘러 이들은 올 시즌 지도자로 다시 한 번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강 감독과 김 코치가 이끄는 동부는 시즌 개막과 함께 역대 최다 타이인 7연승을 질주했다. 29일 LG, 11월 2일 KT를 꺾으면 1라운드 9전 전승을 완성한다.
강 감독은 라운드 전승을 세웠던 1998∼99시즌 평균 15.9득점, 7.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김 코치는 20.2득점의 공격력을 과시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이들은 선수 때의 풍부한 경험을 코트에 쏟아 붓고 있다. 강 감독은 기아 시절 쌍돛대 김유택(197cm) 한기범(207cm)과 호흡을 맞춘 기억에서 한술 더 떠 김주성(205cm) 윤호영(197cm) 로드 벤슨(207cm)의 트리플 타워를 형성했다. 장신 3명은 효율적인 로테이션 수비로 골밑에 철옹성을 쌓는가 하면 빠른 발로 외곽까지 활동폭을 넓혔다. 국내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이름을 날린 강 감독의 눈부신 개인기는 박지현 안재욱 등에게 전수됐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부터 정평이 난 효과적인 수비와 철저한 자기관리 요령을 가르쳤다.
동부는 올 시즌 최소 실점(62.9점)과 블록슛(38개)에서 1위에 올랐고 어시스트도 132개로 가장 많다. 효율 농구가 동부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강 감독은 “외곽슛은 한계가 있다. 수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김 코치가 옆에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감독님과는 선수와 지도자로 20년 가까이 붙어 다녔다. 푸근한 형님 같은 이미지 속에 냉철한 지도자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힘을 합쳐 남은 두 경기를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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