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야신(野神)’ 가라사대 “‘헝그리 정신’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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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0일 08시 23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세이브 왕으로 활약 중인 임창용. 스포츠동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세이브 왕으로 활약 중인 임창용. 스포츠동아
몇 달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 한국 선수가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30억 원 대의 빌딩 한 채를 샀다는 보도를 보고, "참 잘됐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고생을 했던 그 선수가 앞으로 경제적으로 큰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선수는 요즘 좋은 성적을 내며 활약하고 있다.

스포츠 계에서도 수많은 스타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지만, 은퇴 후에도 부자 소리를 들으며 경제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어지간한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은 잘해야 30대 후반까지 현역 생활을 하고 은퇴를 하는데, 이후에는 선수 때처럼 수입을 올리며 생활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현역 시절 큰 돈을 버는 선수들은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해 은퇴 후의 생활을 대비하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현역에 있으면서 일찌감치 든든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선수들의 이후 생활을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앞서 언급한 여자 골프선수처럼 안정된 마음으로 더 큰 활약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신 자세가 느슨해지면서 스타 선수로서의 이름에 먹칠을 한 뒤 은퇴를 하는 경우다.

'야구의 신(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전 SK 감독은 '한국야구 스타급 선수들의 일본 진출이 만만치 않은 이유'와 '성공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싼 값으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비싼 대우로 일본으로 가면 '헝그리 정신'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지적은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일본에서 실패한 대다수의 한국선수들의 입단 조건을 보면 수십억 대의 연봉을 받는 등 정말 대단한 대우를 받으며 일본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거의 무(無)의 상태에서 일본에서 새롭게 시작한 야쿠르트의 임창용은 거의 4년째 '세이브 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처음부터 너무 비싼 몸값만 원하는 게 문제다.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는 점점 더 값싼 미국이나 중남미 용병들을 원할 수 있다"며 "'헝그리 정신'을 가지는 게 성공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8년간의 일본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승엽.   연합뉴스
올 시즌을 끝으로 8년간의 일본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승엽. 연합뉴스
8년간의 일본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국민타자' 이승엽은 "정신력과 기술, 그 모두에서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없어서 유감"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일본프로야구 목표로 하는 한국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는 "'분명한 목표'와 '강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승엽이 말한 '강한 마음'이야말로 '헝그리 정신'이 아닐까.

그런데 많게는 수백억대의 부를 축적해 놓은 스타플레이어가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기가 쉬운 일일까.

일븐으로부터 적극적인 스카우트 손짓을 받고 있는 국내 야구스타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한국프로야구의 별들이 일본에 갔다가 고개를 숙인 채 귀국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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