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의 할머니 아래에서 성장한 고교생이 프로권투 국내 챔피언에 등극했다. 영화 ‘완득이’를 연상케 하는 화제의 주인공은 춘천아트복싱체육관 소속의 정주현 군(18·춘천기계공고 3학년·사진). 정 군은 30일 오후 강원 춘천기계공고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당당하게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6전 4승 1무 1패를 기록하던 정 군은 이날 노련한 20대 중반의 상대방을 몰아붙여 승리를 따냈다. 정 군은 이로써 국내 복싱 12개 체급 중 유일한 고교생이자 최연소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챔피언 벨트를 매는 순간에는 어릴 적 이별했던 생모가 자리를 함께했다.
정 군은 어려서 부모가 이혼한 뒤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권투를 시작한 것도 세계 챔피언이 돼 할머니를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정 군의 꿈은 세계복싱평의회(WBC) 챔피언이었던 장정구 선수 같은 세계챔피언이 되는 것. 정 군은 “힘들긴 했지만 할머니께 당당하게 벨트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영화 ‘완득이’ 주인공처럼 키가 작아 운동선수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영화의 결말보다 훨씬 값진 열매를 따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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