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권투 고교생 최연소 챔프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춘천 완득이’ 정주현 군한국 플라이급 결정전 판정승

어려운 가정형편의 할머니 아래에서 성장한 고교생이 프로권투 국내 챔피언에 등극했다. 영화 ‘완득이’를 연상케 하는 화제의 주인공은 춘천아트복싱체육관 소속의 정주현 군(18·춘천기계공고 3학년·사진). 정 군은 30일 오후 강원 춘천기계공고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당당하게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6전 4승 1무 1패를 기록하던 정 군은 이날 노련한 20대 중반의 상대방을 몰아붙여 승리를 따냈다. 정 군은 이로써 국내 복싱 12개 체급 중 유일한 고교생이자 최연소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챔피언 벨트를 매는 순간에는 어릴 적 이별했던 생모가 자리를 함께했다.

정 군은 어려서 부모가 이혼한 뒤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권투를 시작한 것도 세계 챔피언이 돼 할머니를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정 군의 꿈은 세계복싱평의회(WBC) 챔피언이었던 장정구 선수 같은 세계챔피언이 되는 것. 정 군은 “힘들긴 했지만 할머니께 당당하게 벨트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영화 ‘완득이’ 주인공처럼 키가 작아 운동선수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영화의 결말보다 훨씬 값진 열매를 따낸 셈이다.

춘천시체육회는 이날 정 군에게 300만 원의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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