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영석-신동민-강기석 합동 분향소, 마르지 않는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엄마에겐 아프지 말라 하더니… 우리 기석이 불쌍해서 어떡해”

1일 안나푸르나 남벽 원정대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대장의 부인 홍경희 씨(오른쪽)가 오열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일 안나푸르나 남벽 원정대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대장의 부인 홍경희 씨(오른쪽)가 오열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향한 통곡과 눈물이 뜨겁고 깊게 흘렀다. 가지런히 놓인 흰 국화 사이로 그들이 더 높은 곳에서 새 삶을 살기를 바라는 염원이 향과 함께 피어올랐다. 남은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듯 사진 속의 그들은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나푸르나 남벽 원정대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분향소.

남편을 잃은 신동민 대원의 부인 조순희 씨는 아들 호준 군(8)의 손을 잡고 들어와 함께 절을 올렸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던 강기석 대원의 어머니 최시연 씨는 울다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아들이 히말라야에 간 소식을 모른 채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고 난 뒤였다. 링거를 맞으며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었던 박영석 대장의 부인 홍경희 씨는 큰아들을 끌어안고 울었다. 박 대장의 두 아들 성우, 성민 씨는 눈물을 참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족들은 분향소가 문을 열기 전 미리 입장해 실종자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언니를 부축하고 들어온 강 대원의 이모 최주희 씨는 “기석이 불쌍해서 어떡해…. 결혼도 안 하고 애인도 없어요. 부모한테만 잘하고…. 산에 갈 때 한 번도 산에 간다 말한 적이 없어요. 이번 원정에 나서기 전 ‘엄마 아프지 말아요’라고 한 게 마지막이었어요. 우리 기석이는 죽으면 안 돼요. 죽으면 안 되지…”라고 했다.

박 대장의 누나 혜록 씨는 “영석이가 아버지 장례식 때 술에 취해 울면서 그러더라고요. 밖에서는 영웅 대접 받아도 형제들한테는 인정을 못 받았다고. 형제들은 너무 위험한 일을 한다고 산악 활동을 말리고 있었어요. 내가 영석이 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영석이는 밖에서도 영웅이었지만 우리한테도 영웅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그들을 다시 찾아와야 하는데 큰 고민이다. 날씨가 좋아지면 찾아오겠다. 그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침통한 표정의 이 회장은 “그러나 박영석과 대원들은 거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며 실종자들을 기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범훈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통해 보낸 친서에서 “박 대장은 세계 최고의 산악인이었습니다. 한평생 사랑하던 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국민과 전 세계 산악인들은 박 대장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박 대장이 남긴 위대한 용기와 불굴의 도전정신을 오랫동안 잊지 않을 것임을 아시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얘들아 얼마나 춥겠니. 모든 한을 다 풀고 좋아하던 안나푸르나에서 편히 쉬어라”라고 힘겹게 말했다.

박 대장 일행을 후원해 왔던 LIG손해보험 구자준 회장,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이 직접 분향소를 방문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조화를 보냈다. 각계의 헌화와 조문이 이어졌다. 이재오 전특임장관, 만화가 허영만 씨, 박 대장 일행의 탐험을 소재로 했던 ‘남극일기’의 주연배우 송강호 유지태 씨, 체육인 이에리사 장미란 씨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정부는 실종자들에게 체육훈장을 추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계는 3일 합동영결식을 치른다. 연맹은 실종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장지를 마련하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가족들과 더 논의하기로 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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