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끝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의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을 지휘한 명장 토니 라루사 감독(67·사진)이 우승 후 사흘 만인 1일 은퇴를 선언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곧바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건 메이저리그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라루사 감독은 세인트루이스의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며 담담한 어조로 얘기했다. 그는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려 한다. 앞날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
라루사 감독은 올 시즌을 포함해 통산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휘한 명감독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 이상 경험한 지도자는 9명뿐이다. 그는 1979년 35세의 나이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사령탑을 맡았고 오클랜드를 거쳐 올해까지 33시즌 동안 통산 2728승(2365패)을 기록해 다승 사령탑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1996년부터 올 시즌까지 16시즌 동안 세인트루이스 감독을 맡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아홉 차례나 이끌어 명문 구단의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올해는 8월 25일까지 와일드카드 1위 애틀랜타에 10.5경기 차로 뒤져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듯했다. 하지만 9월 들어 고공행진을 펼치며 정규시즌 마지막 날 휴스턴을 꺾고 힘겹게 와일드카드를 손에 넣은 뒤 승승장구하며 팀에 통산 11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선물했다.
한 시즌만 더 감독 자리를 지킨다면 2763승으로 2위인 존 맥그로를 앞지를 수 있다는 데 대해 그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기록 때문에 감독을 계속한다면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최다승 감독은 코니 맥으로 3731승. 라루사 감독은 “나중에라도 다시 감독직을 맡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단장도 할 생각이 없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며 “서점을 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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