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 신기록 달성을 앞둔 원주 동부의 발목을 부산 KT가 잡았다. KT가 2일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동부와의 홈경기에서 76-68로 이겼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KBL 최초 1라운드 전승(9연승), 최소경기 전 구단 상대승리(9)를 저지한 것이다. 양 팀 사령탑과 묘하게 얽히고설킨 ‘기록’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 동부의 1R 9연승에 달린 의미
KBL 역사상 라운드 전승 기록은 단 1차례 있었다. 주인공은 1998∼1999시즌 기아였고 당시 동부 강동희 감독이 팀의 주축선수로 코트를 누볐다. 이날 동부가 만약 KT를 꺾었다면 강 감독은 선수와 사령탑으로 라운드 전승을 경험하는 첫 번째 인물이 될 뻔 했다. 이와 함께 2007∼2008시즌 동부가 달성한 역대 최소경기(11) 전 구단 상대승리 기록도 ‘9’로 줄어들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최소경기(11) 기록을 세웠던 당시 동부 사령탑이 현재 KT의 수장인 전창진 감독이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경기 전부터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진 이유다. ● KT가 전 감독의 기록을 지키다
하지만 KT의 기세가 동부를 앞섰다. 홀로 25득점(5리바운드)을 몰아친 조성민과 경기 막판 활약한 찰스 로드를 앞세워 승기를 잡았다. 1, 2쿼터는 KT의 근소한 우세 속에 진행됐다. 1쿼터를 14-11로 앞선 채 마친 KT는 2쿼터 들어 조성민, 조동현, 김도수의 3점포가 터지며 흐름을 가져왔다. 동부도 외곽포로 맞섰지만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3쿼터 역시 KT의 흐름으로 흘러갔다. 운명의 4쿼터. 전 감독은 파울트러블에 걸려 3쿼터에 나서지 못했던 로드를 투입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경기 종료 2분40여 초를 남기고 2점차까지 쫓겼지만 로드가 연이은 덩크슛으로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조성민은 3점포 3개 포함, 25점을 쏟아 부으며 공격을 주도했고, 조동현(10점), 김도수(9점), 송영진(8점) 등이 착실히 점수를 쌓아갔다.
● 전 감독 “조성민 살아난게 큰 힘”
전 감독은 경기 후 “조성민 선수가 오랜만에 자기 기량을 발휘해 이길 수 있었다. 조성민 선수가 살아난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훈선수로 꼽힌 조성민은 “그동안 팀에 도움이 못돼 미안했는데 오늘 잘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KGC인삼공사가 84-81로 KCC마저 눌렀다. 하승진과 오세근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지만 하승진이 2쿼터 어깨 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나면서 KGC로 분위기가 넘어갔다. KGC는 시즌성적 6승3패로 KT와 공동 2위를 기록했고, KCC는 4위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