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위해 MVP 포기”… 오승환의 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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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삼성은 오승환 미는데 본인은 최형우 수상 밀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사진)이 3일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승환은 이날 삼성 송삼봉 단장을 만나 “고민 끝에 MVP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팀 후배인 최형우(홈런 타점 장타력 1위)와 MVP 경쟁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거였다.

삼성 구단은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전날까지 언론사에 “올 시즌 아시아 세이브 타이기록(47세이브)을 세운 오승환을 밀어 달라”고 전화를 돌렸다. 삼성 권오택 홍보팀장은 “오승환의 결정에 우리도 당혹스럽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MVP와 신인왕 후보는 지난달 28일 문학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에 앞서 후보 선발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삼성 오승환과 최형우, KIA 윤석민(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승률 1위), 이대호(타격 안타 출루율 1위)가 MVP 후보로 낙점됐다.

지방지 기자들의 부재자 투표는 1일 시작됐다. 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현장 투표분을 합쳐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오승환의 자진 사퇴로 변수가 생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일단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오승환이 1위가 될 경우 차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승환은 후배에게 MVP의 영예를 돌리려고 했다. 자기 대신 방출의 아픔을 이겨낸 최형우를 찍어 달라는 선의였다. 그러나 야구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시장 선거도 아닌 프로야구 MVP 후보가 사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내심 MVP 석권까지 노렸다. 하지만 이번 오승환의 깜짝 사퇴로 실리와 명분 모두 놓칠 처지가 됐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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