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은 38세 때인 2008년 프로 최연소 감독이 돼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궜다. 38세인 최용수 FC 서울 감독 대행도 올 시즌 초반 15위까지 떨어진 팀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았다. 프로야구 SK의 이만수 감독은 이번 시즌 막판 얼떨결에 대행을 맡았지만 ‘만수는 안 될걸’이라는 주위 평가가 무색하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준우승을 했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낸 배경엔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수평적 관계가 큰 몫을 했다. 신 감독은 팀의 맏형을 자처해 선수들과 농담을 자주 주고받았고 선수들의 고민을 자기 일처럼 성심성의껏 상담해줬다. 최 대행도 ‘카리스마 최’란 딱지를 과감히 걷어 내고 친형 같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친형같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감독을 접한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속칭 ‘형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에서는 지도자와 선수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가 주를 이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으로 수평적인 쌍방향 소통에 익숙한 현 세대에게는 맞지 않았다. 권위를 내세우고 강압적인 스타일을 강조하는 지도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배경이다.
함상헌 서울 신정초교 감독은 “요즘 아이들은 강제로 시킨다고 말을 듣는 세대가 아니다. 왜 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야 움직인다”고 말한다. 에디 판 스하이크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 해외 유소년 총책임자도 “지도자는 권위를 버리고 친구처럼 선수들을 옆에서 보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서 권위주의는 깨졌다고 봐야 한다.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해야 구성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보다는 형님 리더십이 스포츠를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활한 소통이 각광받고 위력을 발휘하는 환경에서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어울릴 수 없는 지도자는 설 자리가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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