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3번 키커 실축…팀우승 불구 세리머니 안해 이동국 득점왕·MVP 수상…“최악의 플레이 아쉽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주인공은 결국 알 사드(카타르)가 됐다.
2006년 이후 5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했던 전북 현대는 2-2로 120분 연장혈투를 벌인 뒤 승부차기 끝에 2-4로 무릎을 꿇었다. 2009년(포항), 2010년(성남)에 이어 3년 연속 챔피언 배출을 노린 K리그의 꿈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전반 18분 에닝요의 선취 골로 리드한 전북은 전반 30분 심우연의 자책골과 후반 16분 알 사드 케이타의 역전 골로 패색이 짙었으나 추가시간에 이승현의 동점 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가져갔다. 하지만 전북은 승부차기에서 2, 3번 키커 김동찬-박원재가 실축했다.
● 미워할 수 없는 적
알 사드 소속의 이정수(31)는 경기 후 함성을 지르며 뜀박질을 하는 동료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전북 동료들을 다독이고 시상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알 사드 벤치가 아닌, 전북 선수들 주변에 머물렀다.
이날 이정수는 아주 난감한 상황을 경험했다. 알 사드 호르헤 포사티 감독이 승부차기 3번 키커로 배정했다. “솔직히 차고 싶지 않았지만 벤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
부담이 가득 실린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크로스바를 맞혔다. 팀 내 유일한 실축. 잔인한 러시안 룰렛에서 가장 잔인한 지시를 내린 포사티 감독은 “간단한 문제다. 우리는 이정수를 믿는다. (논란이 많았던) 수원전 이전, 이후 변함없다. 서로 오해도 풀었다. 실축했을 때, 대기하던 다른 동료들이 달려가 아픔을 함께 나눴다. 모두 그를 믿는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눈시울 불거진 라이언킹
결승전과 시상식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북 이동국(32)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동국은 대회 8강전까지 펄펄 날다가 불의의 종아리 부상으로 페이스가 뚝 떨어져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9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고, AFC가 뽑은 MVP도 수상했지만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다. 알 사드전 후반 25분 투입됐지만 올 시즌 최악의 몸놀림이었다.
시상식 내내 유니폼 상의를 여러 차례 들어올리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서글픈 심경이 오롯이 묻어나왔다.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중요할 때마다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다. 기대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투혼과 열정은 인정을 받을 만 했다. 결승전 투입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전북 최강희 감독에게 출전을 자청한 것 또한 이동국이었다.
“30분 정도 뛸 수 있겠다고 하더라. 여기에 우리가 1-2로 뒤지고 있어 내보냈다. 축구가 만화라면 동국이가 골을 넣고 팀은 역전을 했을 거다. 하지만 결과는 오직 신만이 알고 계신다.”(최강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