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벽 정말 높네”… 前아마추어 명장들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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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삼성 김상준 감독(왼쪽 위),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오른쪽 위), KEPCO 신춘삼 감독(왼쪽 아래),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오른쪽 아래)
삼성 김상준 감독(왼쪽 위),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오른쪽 위), KEPCO 신춘삼 감독(왼쪽 아래),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오른쪽 아래)
구단들의 의도는 같았을 것이다. 타성에 젖은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좋은 성적을 내자는 것. 그러려면 프로팀 경험이 있는 감독보다 참신한 인물이 필요했을 법하다. 검증받은 아마추어 지도자가 프로 사령탑이 되는 배경은 대부분 이렇다.

남자프로배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세 팀이 감독을 바꿨다. KEPCO는 강만수 감독 대신 신춘삼 감독을, LIG손해보험은 김상우 감독 대신 이경석 감독을, 현대캐피탈은 김호철 감독 대신 하종화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 모두 아마추어 지도자 출신으로 프로팀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프로농구 삼성도 안준호 감독의 후임으로 깜짝 인물을 발탁했다. 무적 중앙대를 이끌던 김상준 감독이 주인공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아마추어 지도자 출신 감독들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KEPCO 신 감독만 예외다.

지난 시즌 4위였던 LIG손해보험은 1승 4패로 6위에 처져 있다. 아마추어팀 상무신협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다. 고려증권에서 세터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1997년 모교인 경기대를 맡아 10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이끄는 등 대학배구의 명장으로 통했지만 프로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프로와 아마추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던 방식으로 프로선수를 대한다면 결과는 뻔하다”라고 말했다.

명가 재건을 위해 199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하 감독을 영입한 현대캐피탈도 1승 3패로 부진하다. LIG손해보험만 이겼을 뿐이다. 삼성화재에는 0-3으로 완패해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했다. 그나마 현대캐피탈은 LIG손해보험과 달리 믿는 구석이 있다. 주포 문성민이다. 부상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는 문성민이 회복한다면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대학 감독 시절 52연승(2006년 11월∼2008년 11월)의 대기록을 세우는 등 중앙대를 대학농구의 절대 강자로 이끈 김 감독의 프로 첫해 성적표도 아직은 초라하기만 하다. 삼성은 최근 6연패를 당하며 오리온스와 함께 공동 9위로 추락했다.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삼성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신 감독의 KEPCO는 시즌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2-3으로 아깝게 졌지만 이후 3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기를 할수록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여 만년 하위팀 KEPCO가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 감독은 1989년 홍익대 창단 감독을 맡아 돌풍을 일으켰고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모교인 한양대를 지도했다.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에 재직하다 5월 KEPCO 감독이 됐다. 신 감독은 “프로 사령탑은 처음이지만 KOVO에서 일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무뿐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경기운영팀장으로 일하면서 간접체험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명장들은 프로에서도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올 시즌 겨울 종목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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