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지만(28)은 마무리에 버금가는 셋업맨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승환이라는 걸출한 소방수를 지닌 삼성 마운드의 특성상 셋업맨으로 기용되고 있을 뿐 다른 팀으로 이적했을 경우 당장 세이브 1위를 다툴 수 있는 특급투수가 바로 안지만이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는 삼성 불펜의 일원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겸손해한다. 속칭 ‘패전처리’ 또는 ‘추격조’라는 신분으로 불펜의 무명투수에 불과했던 과거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2011년 KS
안지만은 올해 SK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모두 4게임에 등판했다. ‘필승조’답게 삼성이 승리한 1·2·4·5차전에 잇달아 출격해 총 4.1이닝 동안 3안타 5탈삼진 무실점 4홀드를 기록했다. 특히 4차전 7회 5-4로 쫓기는 무사 1·3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라 안치용을 3루수 땅볼, 최동수를 병살타로 요리해 리드를 지키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안지만은 당시를 떠올리며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내 임무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입단한(2002년) 뒤 팀은 모두 4번 우승했는데 개인적으로는 2005년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2006년에는 허리가 아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못 들었다”며 “아무래도 이번 시리즈가 각별하다. 2005년에는 별로 한 게 없었으니까”라고 밝혔다. 선동열 전 감독 시절 초기 패전처리가 주임무였던 만큼 안지만은 2005년 KS에서 고작 2게임(1.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 선발과 불펜을 오간 고단한 시즌
안지만은 올시즌을 선발로 시작했다. 그러나 개막 이후 채 1개월도 안 지나 원래의 보직인 불펜으로 전환됐다. 결국 시즌을 선발 3승(2패)과 구원 8승(3패)을 합쳐 47경기에서 11승5패17홀드, 방어율 2.83으로 마쳤다. 투수라면 누구나 등판간격이 일정한 선발을 원하듯 그 역시 오랜 꿈인 에이스를 목표로 올시즌 야심 차게 선발 변신을 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안지만은 “후회는 없다. 하지만 솔직히 좀 섭섭했다. 스프링캠프까지 줄곧 선발에 맞춰 훈련했는데 막상 시즌이 개막하니까 (아픈) 장원삼을 대신해 선발로 던진다는 얘기가 나와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제 보직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불펜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고, 내 몸에도 불펜이 체질인 것 같다”고 인정했다.
● 자랑스러운 최강 삼성 불펜의 일원
선수라면 누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쉬운 위치를 선호한다. 투수라면 에이스 또는 마무리가 그 자리다. 안지만은 ‘마무리를 맡고 싶은 욕심이 없느냐’는 얘기에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잘 던질 수 있는 것은 앞뒤로 좋은 선후배들이 있어서다. 내가 주자를 남겨놓고 내려가더라도 (정)현욱이 형이나 (권)오준이 형, (오)승환이 형, (권)혁이가 잘 막아준다. 내가 설사 다른 팀에 가서 마무리를 맡더라도 이런 선후배들이 없으면 지금처럼 못 던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 투수끼리는 서로 믿음이 있다. 모든 분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불펜투수들을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 7년째 연애 중
안지만은 한 살 아래의 여자친구와 올해로 7년째 사귀고 있다. 얼마 전에는 7주년 파티도 함께 했다. 그는 “올해는 꼭 결혼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여자친구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덕에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그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21일 50사단 신병훈련소에 입소한다.
그는 “4주 훈련도 받아야 하고, 아직 준비도 덜 된 것 같아 결혼을 1년 미뤘다”며 “내년 시즌이 끝나면 꼭 멋지게 프러포즈도 하고 결혼식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한눈팔지 않고 야구에만 몰두해왔듯, 사랑에도 일편단심인 그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스키장에서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