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日에 1점차 분패… 종료 0.3초 전 자유투 실패
겨울 이어 여름 올림픽 출전 도전… 한상민의 꿈도 4년 연기
한상민 “여름 올림픽도 뛰고 싶었는데…” 이를 악물고 코트를 누볐지만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출전의 꿈은 사라졌다. 0.3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가 모두 들어갔다면 한상민(앞)은 최초로 겨울-여름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차분하게 해. 하나만 넣어도 동점이잖아. 일본 주득점원이 파울 4개라 연장전만 가면 우리가 이겨.” 한상민(32·서울시청)은 자유투 라인으로 다가가 후배 김동현(23)을 다독거렸다. 77-78로 1점 뒤진 상황. 4쿼터 종료 0.3초를 남겨 놓고 김동현은 상대 반칙으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파울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 순간 승리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던 그들이었다.
눈앞에 다가온 역전의 순간. 그러나 처음 던진 공은 길었다. 대표팀에서 득점기계로 통하는 김동현이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상민이 다시 후배의 손을 잡고 외쳤다. “괜찮아. 이번 것만 넣으면 돼”
두 번째 공은 짧았다. 림 앞에 맞고 코트로 떨어졌다. 경기의 끝을 알리는 버저가 울렸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김동현은 이날 30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맹활약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77-78로 졌다. 6개국이 출전한 풀리그에서 3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호주(5승), 일본(4승 1패)에 밀려 두 팀만 얻을 수 있는 티켓을 따지 못했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사령탑을 맡기며 런던 대회 본선 진출을 준비해 왔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호주 출신의 마크 워커 감독은 대회 전 “선수들이 일본만큼은 꼭 이기고 싶어 한다. 최강 호주에 이어 2위로 런던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2년 만에 패럴림픽 본선 무대를 노렸던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꿈은 아쉽게 막을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과 여름 패럴림픽 무대를 모두 밟으려 했던 한상민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한상민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알파인 스키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한상민은 휠체어농구 선수로는 4년 전 베이징 대회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는 “휠체어농구를 10년 넘게 해왔는데 꼭 패럴림픽 무대를 밟고 싶었다. 라커룸에서 눈물이 나왔지만 동현이가 펑펑 울기에 꾹 참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앉게 된 그는 1996년 좌식스키에 입문했고 2000년부터는 휠체어농구 선수로도 뛰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데다 팔이 길어 두 종목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한상민은 “겨울-여름 올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최초의 선수가 되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에는 운이 없었던 것 같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휠체어농구든 스키든 꼭 다시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10일 오전 11시 대만과 3, 4위전을 치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