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문경은 감독대행(사진)은 지난달 10일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행사 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화끈한 팬 서비스를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는 “어차피 6강에 못 들 걸 아니까 말을 막 던지는구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SK는 유력한 꼴찌 후보였다. 그런 SK가 KCC에 역대 개막전 최다 점수 차인 26점 차 완패를 당하자 다들 “그럼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팀 단장은 “이름값으로 감독하는 시대는 지났다. 문 대행이 고생 좀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 접어든 10일 현재 SK는 5할 승률에 1승이 모자란 5승 6패로 6위다. 54경기를 치르는 시즌 전체 일정의 20% 정도만 소화했지만 문 대행이 팬티 막춤을 약속한 순위에 올라 있다. 상위권인 KT와 전자랜드도 한 번씩 잡았다. 여기저기서 도깨비 팀이란 얘기가 나온다.
문 대행은 “KCC에 왕창 깨지고 나니 6강은커녕 이러다 10연패, 20연패 당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이 많았다. 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처음부터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욕심을 내다 보니 선수들한테 주문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이제는 한 경기에 세 가지 이상의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 대행은 센터 알렉산더 존슨과 신인 가드 김선형이 경기를 치를수록 적응도가 높아져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고 있는 데서 선전의 원인을 찾았다. 그는 “개막 직전까지 국내 선수들이 존슨의 실력을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슨은 평균 29.7득점(1위), 15리바운드(1위)로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발군이다. 김선형은 평균 14.1득점. 문 대행을 보좌하는 전희철 코치는 “작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뒤지던 경기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역전승도 해봤다. 예상 밖의 6위라지만 (김)효범이까지 살아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문 대행은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6강을 확정하면 이후 첫 홈경기에서 웃통 벗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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