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이 있다. 그는 11일(한국시간) UAE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깜짝 변신했다. 경기 내내 가장 힘들었던 건 위치선정이었다.
“위치가 맞는지 몰라서 계속 (이)용래 형을 봤어요. 저도 모르게 수비에 내려와 있어 감독님도 계속 올라가라고 지시하시고. 수비에서는 전방을 다 볼 수 있는 데 미드필더는 그렇지 않아 볼을 받아도 짧은 패스만 하게 되고 긴 패스는 못 하겠더라고요. 거리 조절도 힘들고요.”
홍정호는 벼락치기 공부까지 했다. 기성용(셀틱)의 플레이가 담긴 DVD를 빌려다가 호텔 방에서 수차례 돌려봤다. 경기 전날에는 생각이 많아 잠도 제대로 못 이뤘다. 전문가들은 홍정호의 변신에 대해 절반의 합격점을 줬다. 수비력은 좋았지만 공격력은 부족했다. 그러나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영리한 선수라 부족한 부분은 금방 숙지할 수 있을 것이다. 레바논 전에서도 미드필더로 내보낼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홍정호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감독에게 인정받은 게 기쁘면서도 한편 한 없이 부담스런 표정이었다.
“부담이 되겠지만 저를 믿어주신 거니까 그 부분에서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그 자리에 대한 분석도 더 철저히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