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김영광(28·울산 현대)은 A대표팀에서 만년 2인자다. 후배 정성룡(26·수원 삼성)이 조광래호 출범 후 전 경기를 뛸 때 김영광은 매번 벤치에 앉았다. 주전 골키퍼는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는 바뀌지 않는다. 김영광은 정성룡보다 나이가 많다. 앞으로도 이 구도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김영광은 ‘만년 2인자’로 A대표팀에서 은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표팀이 전부가 아니다. 김영광은 K리그 넘버원 골키퍼를 꿈꾸고 있다. 김영광은 명실상부 올 시즌 K리그 최고 골키퍼다. 정규리그 24경기에서 22골만 내줬다. 경기 당 0.92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20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 중 최소 실점. 서울 김용대(1.21), 정성룡(1.11)과 비교가 안 된다. 베테랑 전남 이운재(0.97)도 김영광에 못 미친다.
시즌 초반 부진하던 울산이 막판 승승장구하며 6강PO까지 오른 것도 김영광의 힘이 컸다. 울산은 올 시즌 전남과 함께 최소실점(29점) 팀이다.
김영광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성실함에 혀를 내두른다. 김영광은 작년 시즌 후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 수술을 받았다. 올 6월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혹독한 재활로 시기를 두 달 이상 앞당겨 4월에 그라운드에 섰다. 그가 비록 2인자지만 빠짐없이 대표팀에서 선발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대표팀 김현태 GK 코치는 “정성룡과 김영광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성룡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김영광으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영광은 후배에게 주전을 내주고도 단 한 마디 불평 없이 자기 맡은 훈련을 열심히 소화한다. 정성룡도 여기에 자극 받아 자신이 주전이라고 안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영광은 15일(한국시간) 레바논과 월드컵 3차 예선 5차전을 마친 뒤 귀국해 곧바로 소속 팀 훈련에 합류했다. 울산은 19일 FC서울과 6강 PO 첫 경기를 치르고 수원은 20일 부산과 맞붙는다. 만일 울산과 수원이 나란히 승리하면 23일 김영광과 정성룡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