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를 줄 수 없다.” 타율 3할2리에 96안타, 17홈런, 77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스스로 내린 2011시즌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2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KIA 이범호는 17일 “부상을 당해 가장 중요할 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국내 복귀 첫 해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 스스로에게 몇 점이나 주고 싶나?’라고 묻자 망설임 없이 돌아온 답은 “0점”이었다.
이범호에게 2011년은 오래도록 기억될 한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본에서 돌아와 새 팀 KIA에 정착했고, 전반기 타점 1위를 달리며 팀의 1위에 앞장섰다. 그러나 8월 7일 문학 SK전에서 홈으로 전력 질주하다 오른쪽 허벅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최희섭, 김상현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릴 때 든든하게 중심타선을 지키던 그가 쓰러지면서 KIA는 4위까지 추락했다. 일본 근육치료 전문 의료시설까지 찾아가며 회복에 전념했고, 준플레이오프에 지명타자로 출장을 강행했다.
KIA는 바라던 한국시리즈 재정복에는 실패했지만 이범호를 통해 오랜 시간 꿈꿨던 ‘찬스에 강한 3번타자’를 품에 안았다. 101경기에 출장해 실책이 단 3개뿐일 정도로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경기 중 일어난 부상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질타하며 내년을 위해 조용히 땀을 흘리고 있다. 시즌 중 부상을 당한 주축 전력이지만 일본 마무리훈련까지 소화했고 광주에서 다시 체력훈련을 시작한다.
이범호는 침착한, 그러나 다부진 음성으로 말했다. “팀이 1위에서 4위까지 떨어지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다. 올해 아쉬움이 정말 크다. 잘 준비해서 내년은 부상 없이 시즌 내내 내 역할을 하고 싶다.”